최근 한국에서는 개신교 신자들을 낯 뜨겁게 하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 서남부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제자교회의 분쟁이 유력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수년간 재정을 직접 관리하고 결산을 하지 않는 목사를 장로 7명이 검찰에 고발하고, 목사는 노회를 통해 이들을 출교했다는 기사다. 검찰은 목사를 교회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달 말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달 중순에는 교인 1만여명인 분당중앙교회의 목사가 사임을 발표했다.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관계, 고액의 사례비, 독단적인 거액 펀드투자 등이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사과와 함께 안식년을 선포하고 파문이 가라앉은 뒤 재신임을 받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물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출석교인 4만명의 소망교회는 메가톤급 충격으로 새해를 열었다. 지난 2일 1부 예배를 마친 후 해임된 남·여 부목사가 당회장실로 찾아가 담임목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로 인해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주먹”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사건 경위를 두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지만,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지지파간의 세력다툼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양측 사이에 10여건의 고소·고발이 있었다.
이보다 며칠 앞서 발생한 세계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폭행사건도 세상에 알려졌다. 작년 31일 송구영신 예배 직후 담임목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괴문서가 교회 앞에서 뿌려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교회 측은 문서 배포자들을 붙잡았는데 원로목사의 처남이 담임으로 있는 교회의 목사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실랑이가 벌어졌고 폭행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삼일교회를 교인 80여명에서 2만여명으로 성장시키고 미국에서도 자주 부흥회를 인도하던 스타목사가 돌연 사임서를 제출했다. 2009년 가을 여신도를 성추행한 일 때문이었다. 당회는 처음에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으나 논란이 들끓자 지난 연말 결국 사임을 수용했다.
요즘 한국의 유행어 중에 ‘코디가 안티’라는 게 있다. 스타의 의상을 잘 챙겨 주어야 하는 코디가 제 몫을 못해, 스타로 하여금 굴욕을 당하게 만들 때 쓰는 말이다. 현 상황은 빗대어 말하자면 혹시 목사 등 일부 교회 리더들이 예수의 안티(반대파)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의 추태에서 확인된 언행 불일치의 모습은 왜 한국교회가 전무후무한 부흥을 경험하다가 추락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 준다. 얼마 전 한국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신교의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58점에 그쳤는데 이는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 수준인 3점보다 낮은 점수다. 호감 가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는 ‘가톨릭’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35.5%였고, 다음은 불교(32.5%), 개신교(22.4%) 순이었다.
교회의 난맥상은 미주 한인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리더들의 분쟁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목사의 잘못된 행실이 도마에 오르는가 하면 무리하게 건축했던 예배당을 차압 당하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교회들이 자기를 부인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는 일은 안중에도 없이 배금주의, 개교회주의, 성장제일주의에만 빠져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교회가 회개할 때다. 이벤트성 회개가 아니라, 마음을 찢고 행동을 바꾸는 진정한 회개를 할 때다.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외친 예수의 첫 메시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를 가슴 깊이 품을 시점이다.
회개와 갱신은 목양의 책임을 맡고 있는 목사들이 뼈를 깎는 자성 속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 목회자는 최근 LA에서 열린 포럼에서 “목사 개혁이 곧 교회 개혁이다. 목사들은 전도의 열매 뿐 아니라 성령의 열매, 선행의 열매도 강조해야 한다. 교인들에게 십계명을 제대로 가르쳐 윤리를 확립하는 한편 실족하지 않기 위해 다른 목사들과 목회서신을 함께 읽으며 서로를 채찍질하고 권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순교의 각오로 변화의 좁은 길을 걸으며 바른 목회를 할 때 목사들은 비로소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히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던 ‘기독교 최고의 전도자’ 바울을 조금씩 닮아갈 수 있으리라.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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