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LA 시내에서 오래된 고객을 만나 새해 인사 겸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조용한 일식집에서 소주를 나누고 있던 와중에 고객이 느닷없는 질문을 했다. “성 선생은 어찌 그리 골치 아픈 일을 매번 겪고 있는지요?” 제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저번에 겪었던 일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지요.
더 어렵고 더 힘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고객이 몇 달 전 큰 주택을 구입하면서 겪었던 일들은 그 분에게는 그 분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 주택은 크기가 상당히 컸고 지역도 LA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좋은 지역이어서 주택가격도 상당히 높았다. 필자의 부동산 경험에서도 대형 거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높은 가격의 거래여서 처음부터 상당히 신경을 많이 쏟았던 거래였다.
그러나 워낙 금액이 크다보니 다운 페이먼트를 상당부분 현찰로 지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은행으로부터의 주택 대출자금이 수퍼 점보론으로 분류되어서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심사가 일반주택대출보다 서너 배나 더 까다로웠다. 물론 주택가격에 대한 네고부터 집안 내부에 대한 인스펙션, 건물 내, 외부에 대한 리모델링, 이에 따른 시정부와 HOA의 인허가 문제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대출에 대한 은행의 승인 여부가 가장 중요하였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으로 보면, 200만~300만달러 정도의 대출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왜냐 하면, LA에서 큰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거래은행에서 언제든지 자금이 필요하면 쓰라고 기업체 운영자금을 수백만달러씩 별도의 어려운 심사 없이 빌려주고 있었고 주택 자금도 언제든지 말씀만 하시라고 하는 입장이어서, 미국 내의 대형 모기지 은행의 자금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일반 시중은행의 단기 자금과 모기지 은행의 30년 고정 주택자금과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고 대출 심사과정 역시 전혀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융자에 필요한 각종 재정서류에서 미비점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면서 이를 보충하는 다른 작업들이 추가로 요구되고, 따라서 승인이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미루어지고, 수퍼 점보론이다 보니 은행 심사가 2번에 걸쳐서 서로 다른 심사팀이 크로스첵업을 하는 등, 여간 사람 속을 썩이는 것이 아니었다.
고객의 입장으로는 이러한 일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은행 대출이 승인이 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러다가 디파짓 해둔 자금까지 찾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참 많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제가 은행 담당자와 직접 연락하고 있고 모든 것은 차근차근 잘 진행하고 있으며 은행 승인이 나오는 것이 다소 늦추어지더라도 걱정은 마시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고객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고객과 필자와 은행 담당직원의 속을 새까맣게 다 태우고 난 뒤에 은행 대출은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고 에스크로도 무사히 종료되었다.
술이 몇 순배를 거치면서 다시 그때 일을 생각하고는 고객은 “그렇게 매번 사람 속을 다 태우는 어렵고 힘든 일을 계속 하는 것을 보면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어려운 일들이 닥쳐와도 언제나 같은 심정으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수십 번을 겪다보니 이제는 아무렇지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경력이 오래된 에이전트일수록 이러한 힘든 일들이 무척 많았으리라 생각되며 또한 그 심정도 지금의 필자와 같은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경험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경험 중에서도 정말로 힘든 경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태에서 어떠한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의 경험 같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으로 귀한 경험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역경(逆境)은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며, 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해 지게 만들 것이다. 포항 죽도시장 시궁창을 빡빡 기면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경험조차도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고 요즘 들어 몇몇 연예인들이 해병대를 자원입대하는 것을 보면 마냥 대견스럽기 짝이 없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에서 근거하는 것 같다. (661)373-4575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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