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자아를 찾고자 하고 수행하고 명상하는 것은 불자들로부터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세상에 나가서 일을 하기 전에 ‘참 나’를 찾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자아완성 못지않게 사회 구조를 바꾸거나 변화시켜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고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은데 얼마나 오랫동안 수행해야 하는가.” 폴 니터 교수(미국 유니온신학교)
“불교에서는 참 나를 발견하고 자아의 완성을 중요한 것으로 삼고 있다. 수행을 통해 자아완성과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교에는 보현의 행과 문수의 행이 있다. 중생을 구제하는 이타행에 집중하는 것이나 밝은 눈을 갖도록 수행하는 것처럼 두 가지 축이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진제 스님(제9교구본사 동화사 조실)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고 종교, 세대, 이념 등 사회 분열이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평화를 모색하고 사회통합과 평화를 이뤄내자는 취지의 자리였다. 장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 마당에도 불구하고 두 지식인의 모습은 흔들림이 없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질문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을 비롯해 대중 스님들도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동화사를 방문한 노 교수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서 폴 니터 교수는 일관된 목소리로 갈등 해소 및 평화 구현을 위한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폴 니터 교수는 “종교 간의 평화나 대화가 없이는 세계 평화 역시 이룰 수 없다”며 “불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종교평화는 물론 남북 사이의 평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폴 니터 교수는 타종교에 대해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의 원인을 기독교 발전과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종교로 발전되면서 마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이해되고 다른 종교를 정복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폴 니터 교수는 “기독교인들이나 신학자들이 원래 예수의 메시지였던 정의와 평화로 돌아가기 위해, 기독교가 유일한 진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타종교인과의 대화도 필요하지만 다른 생각, 잘못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비쳤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땅밟기 기도’에 대해서도 “무례한 행동”,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개신교를 대신해 사과의 말도 전했다.
이에 대해 진제스님은 “갈등을 해소하는 일은 모든 종교인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앞으로 불자들과 기독교인들이 합심해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진제스님과 폴 니터 교수는 종교간 평화, 중생 구제 등의 활동과 관련한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진제스님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독교의 사회복지 실천”을 높게 평가했으며, 폴 니터 교수는 “진리를 깨우치기 위한 불교의 명상수행”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진제스님과의 대화마당에 이어 열린 폴 니터 교수와 동화사 금당선원 수좌 스님들과의 대화 마당은 치열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한국사회 종교 갈등의 원인을 비롯해 부처와 예수의 공통점, 사회변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 등을 주제로 대화를 진행하며 이웃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화 마당에는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 부주지 해월스님, 금당선원장 지환스님, 강주 선지스님을 비롯해 수좌 스님들과 신도들이 참석했으며, 스님들은 폴 니터 교수의 설명에 공감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부주지 해월스님은 정치, 경제와 결탁해 권력화 된 종교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금당선원장 지환스님은 이웃종교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진 신학자들이 신학계의 주류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비쳤다.
이에 대해 폴 니터 교수는 “열린 자세로 다른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웃종교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최근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적 기독교인 사이에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또 부처님과 예수님의 소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폴 니터 교수는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두 분 모두 참된 진리를 체험하면서 내적인 평화를 이뤘고 이를 자비와 사랑으로 표현했다”며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에서 체험한 진리지만 두 분 모두가 인류의 복지증진을 위해서 오신 구원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 폴 니터 교수…
1939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966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과정을 이수하고 신부가 됐다. 이후 1972년 독일 마르부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75년 사제로서의 신분을 접고 수도회를 떠나 학자로 연구 활동에 매진해 왔다. 2007년부터 미국 뉴욕 유니온신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비교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달라이 라마를 비롯해 종교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전 세계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종교간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10년을 마무리하던 지난 12월31일, 선(禪)불교 전통을 잇는 선지식 진제스님과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 온 신학자 폴 니터 교수가 만나 ‘수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분별심 없는 참 나’를 주제로 대화 마당을 펼쳤다. 이번 대화마당은 초조대장경 간행 1000년을 맞아 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가슴을 열어 빛을 보다’를 주제로 기획한 ‘초조대장경 1000년, 밀레니엄 평화토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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