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 나들이에는 서해와 남해 그리고 중국을 관광하고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 동해안을 다녔으니 삼면 바다를 다 본 셈이다.
실인즉 나의 친구가 보령 무창포에 별장이 있어 항상 들려 하루 밤을 지내는 것이 아주 정례화 하다시피 되어 있다. 핑계야 풍광과 정취를 즐긴다 어쩐다 하지만 사실을 고백컨대 펄떡 뛰는 갓 잡은 생선을 받아서 그 자리에서 뜬 생선회의 그 씹히는 맛이 양식어나 물탱크에 잡혀있던 생선과는 정말 달라 그 맛을 잊지 못해 만사 제처 놓고 꼭 한번 가야 직성이 풀리는 터였다. 보령을 가려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달리고 있을 때였다. 집 사람이 뚱딴지같이 남해로 가잔다. 아차 했다. 친구 한 녀석이 남해도에 쓰러져 가는 집을 사서 그 집터에 아예 새집을 지어 산다는 생각을 왜 안 했고, 그처럼 오라고 했는데 왜 갈 생각을 안 했나 싶어서였다.
우리는 이왕 서해안 고속도로에 들어선 지라 전주에 들러 그 유명한 비빔밥으로 점심을 들었다. 내가 쓰기 시작한 소설의 소재를 위해 교동 전통 마을을 들러 구경하면서 동학혁명기념관, 동락원이 되어버린 옛 시장관저, 전주 최씨 종가, 그리고 공연장이 된 향교자리에서 내가 구상 중인 글로 연결시키려 안간힘을 해 보았으나 그저 막연한 뜬 구름만 보는 듯 영 글이 풀리지 않았다. 다시 교동 마을을 떠나 한지 생산으로 유명한 완주군의 송광사를 거처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을 구경 하였다. 아주 수려한 산이요, 종교적인 분위기가 아주 인상 깊었다.
축지법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도 전북에서 이곳저곳 구경했는가 싶었고, 그리고 고속도로 주변에 좀 이르지만 그런대로 낙엽이 완연한 산천을 보는가 했더니 어느새 경남 고속도로 진주 인터체인지에 들어섰다. 전북과 경남이 이렇게 지척일수가 있나 하면서 나 혼자 감탄의 소리가 나왔다. 다음날 아침 이름 없는 마을을 거닐면서 진정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조그마한 텃밭에 시금치를 심는다, 마늘을 심는다 하는가 하면 바닷가에서는 멸치를 말린다고 돗자리를 펼쳐 말리고 있었다. 모두 작은 규모에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자 친구가 나의 경탄의 눈빛을 보더니 한마디 했다.
“이곳 시골 사람들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모두 잘 살고 있고, 돈들도 꽤나 갖고 있는 부자들이야.”
얼마 시간을 보낸 후 남해를 나와 진주성에서 논개의 사당이 있는 촉석루를 들러본 후 친구의 별장이 있는 충남 보령으로 가기 위하여 통영 대전 고속도로, 그리고 장수 익산의 고속도로를 거쳐 가면서 달리는 차창 너머로 경치를 즐겼다. 보면 볼수록 시골 구석구석 포장도로와, 환경 정비가 세계 어느 선진국 수준에 떨어짐이 없는 듯 해 나도 모르게 감탄의 말이 나왔다.
“참 정리가 잘되어 있네, 어느 곳 하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산과 하천이 잘 어우러진 공원들이야.”
이렇게 서해와 남해를 돌아다니고 나서 우리는 중국 관광에 나섰고, 그리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신문을 보니 국내 여행 선전이 꽤나 많이 광고란에 실려 있었다. 우리는 광고 중에서 동해안 강릉, 남해, 정동진 기차, 백암 온천, 영덕 게 파티라는 일박이일의 프로그램을 선택해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예약을 했다.
집사람이나 나나 “중국의 산과 호수, 그 절경을 보아서 눈을 버렸어, 이게 뭐 이래” 하면서
동해안 여행을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동해 첫 방문지 강릉에서 시작된 여행은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였지만 산천이 오목조목한 놀이동산 같고, 들리는 식당마다 우리 식성에 맡는 음식 특히 나물 종류의 식단, 그리고 아직까지 사람 냄새가 나는 시골 마을 사람들, 나의 마음속에 오래 오래 남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만 실망스러운 일이 생겼다. 시골길에서 작아 보이는 마을(?) 앞에 커다란 간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이곳 미국에 월마트 같은 ‘이 마트’ 안내 광고였다. 나는 속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 찾아 올 때까지 최소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지키는 구멍가게들이 살아남아 있어 주렴.”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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