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등학교 때인 1974년에 이 지역으로 이민왔다. 학교에서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 클래스를 수강했다. 몇 년 전부터 훼어팩스에서는 ESL을 ESOL (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로 바꾸어 부르고있다. 그리고 ESOL을 수강하는 이들을 전문용어로 English Language Learners(ELL) 라고 한다.
얼마전에 캘리포니아에서 ELL 학생들의 영어습득 정도가 상당히 부진하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다. 버지니아 훼어팩스카운티 교육청에서는 대체로 약 3-4년내에 ESOL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서는 거의 60% 정도의 ELL 학생들이 6년이상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액센트도 별로 없어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평가를 해보면 영어 실력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높은 수준의 영어를 필요로 하는 수업내용을 따라갈 수 없어 학력이 점점 더 뒤쳐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미비를 원인중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필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이러한 결과가 교육 프로그램 미비보다는 혹시 ELL학생들의 분리된 생활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 이민와 ESL클래스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 다니던 학교에는 ESL학생들이 별로 없었다. 또 한인학생은 필자 외에 딱 한 명만이 더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우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ESOL 학생들의 숫자가 훼어팩스 공립학교들에만 하더라도 이만 명 이상이 되고 그 중에 한인학생들도 상당히 많은 현실이다. 문제는 같은 ESOL 학생들, 특히 같은 한인 학생들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영어 공부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 영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 이 곳에 태어난 학생들과 바로 사귀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ESOL 학생들과 쉬운 영어로 서로 대화하며 자신감도 키우고 배운 영어를 연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이 곳에서 태어난 학생들과 좀 더 수준 높은 영어를 사용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많은 한인 ESOL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리고 방과 후에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한인 학생들과 주로 한국말을 사용하며 생활하는 것을 본다. 이런 생활방식은 영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라도 더 빨리 영어실력을 늘려 대학공부 준비를 마쳐야할 상급반 학생들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실 사춘기 시절 중고등학교 나이에 미국에 와서 힘들게 영어를 공부하는 한인 학생들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한인 학생들과 가깝게 어울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위로와 격려를 해줄 수 있고, 서로 유용한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상황에 놓인 한인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영어를 빨리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영어가 안되면 수학도, 과학도 그 어느 과목도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영어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바로 인도하기 위해서 우리 부모님들도 해야할 일이 있다. 우선 적절한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녀들이 한인 학생들 뿐만 아니라 미국인 친구들과도 많이 사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님들이 좀 불편하시더라도 자녀들이 미국인 친구들을 집에도 자주 초청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님들 자신도 한인들과만이 아니라 미국인 친구들과도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자녀들에게 가장 가깝고 훌륭한 선생님은 역시 부모님들이다. 부모님들이 하는 것을 자녀들은 보고 배우게 되어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