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일이다. 53세의 여자 손님이 정기검진을 받으러 왔다. 환자는 B형 간염 보균자로 일년에 한번씩 피검사와 간 초음파를 하러 오는 환자였다. 환자는, 증세는 전혀 없고 몸도, 기운도 활기차고 체중이 줄거나 느는 것도 없고 황달도 없었고 몸에 만성 간염으로 생길 수 있는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식사도 잘 했고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었다. 환자가 B형 간염 보균자기 때문에 간 기능(AST, ALT)검사는 항상 정상으로 판독되었다.(만약 간 기능 수치가 올라간 경우는 간염 환자라고 부른다.)

환자가 평소, 주치의인 나의 소견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아무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번 이상 B형 간염 에 대해 철저하게, 간 기능 검사, 항원항체B 형 검사, AFP(알파 태아 단백 )검사, B형 간염 DNA검사, 간 초음파 검사 등을 받으러 왔었다.

이번에도 알파 태아 단백 검사를 뺀 나머지 간 기능은 전부 정상으로 나왔다. 그래도 환자는 간 초음파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 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B형 간염 환자는 간암이 될 확률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백배 이상 높고 간암이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간 기능 검사는 정상으로 판독된다고 말했다.

결국 환자는 간을 포함한 상복부 초음파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간 중간 부위에 6cm나 되는 큰 간암이 발견되었다. 환자는 대경실색했다. 작년에는 아무 이상 없었는데 하면서 너무 놀랐다.

“보세요. 간 초음파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할 뻔 했습니까? 큰 일 날 뻔하지 않았습니까? 전혀 증세 없이, 또 간 기능 수치는 정상이라 하더라도 B형 간염환자나 보균자는 이렇게 간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고 간암이 6~7cm가 되어도 대부분의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1년에 1번 이상 초음파를 함으로써 간암을 찾지, 그렇지 않았으면 모르고 살다가 간암 말기가 되어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야 비로소 발견되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이번에 1년에 한번 정기검진 잘 하신 것 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부분 지금 이 단계에서 수술하면 완치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도 환자는 눈물을 터트렸다. 나는 환자를 잘 타이르고 USC병원에 보내서 정밀검사 결과 간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음을 알아냈고 환자는 성공적으로 수술해서 목숨을 건져 지금까지 활기찬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리고 B형 간염에 대해서 피검사와 초음파를 6개월에 한번씩 실시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B형 간염 환자와 보균자는 정기 혈액검사와 간을 포함한 상복부 초음파를 6개월에 한번씩 실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환자에서 보듯 6개월에 한번씩 초음파를 하면, 처음 간암이 생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6개월 정도면 암이 2~3cm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1년이 되면 보다시피 5~6cm 자라게 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고 쉽게 수술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6개월에 한번씩 초음파 검사를 권장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이 일년에 한번씩 권하는데 점점 6개월에 한번씩 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본 필자도 환자들에게 B형 간염환자나 보균자에게 1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6개월에 한번씩 검사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B형 간염환자나 보균자라면, 아무리 증상이 없고 건강하더라도 6개월에 한번씩 B형 간염에 대한 혈액검사(일반피검사가 아닌 정밀 혈액 검사)와 간에 대한 초음파를 실시하길 강력히 권고한다. 또 이렇게 6개월에 한번씩 검사하다가 다행히 다른 신장 암이나 췌장암이나 기타 등등 다른 것을 발견해서 생명을 살린 일도 많다. 그러므로 자동차보다 소중한 자기 몸을 1년에 2번씩은 정기검진 받기를 바란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