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대다수 미주 한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올해는 도대체 경기가 어떻게 될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지난 한 달 간 쏟아져 나온 각종 지표는 대체로 좋다. 수출은 잘 되고 실업 수당 신청자 수는 줄고 소비자 신뢰 지수도 오르고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2011년은 2010년보다는 나을 것으로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
올해는 그렇다 치고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 세계 제1의 경제강국이다. 유로화를 출범시키며 미국의 경쟁상대로 떠오르던 유럽은 남유럽 각국의 경제위기로 발목이 잡힌 상태고 미국보다 더 심한 저출산과 고령화, 후한 사회 복지 비용으로 만성적인 재정 고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때는 트로피 부동산을 모두 사들이며 미국을 집어 삼킬 듯이 나대던 일본은 20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 불황으로 사회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이다.
새해벽두 일본의 미래를 진단해 보는 NHK의 석학 대담 프로에는 한국의 교수가 나와 조언을 해줬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충고를 해주는 날이 오리라고는 불과 수년전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한국 경제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 이는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추락하는 것 같던 한국 경제는 불과 3년 만에 그 때의 충격을 완연히 벗어난 느낌이다.
작년 한국의 무역 흑자폭은 사상 최대고 올해 한국의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60년 전 6.25 직후와 비교하면 1만 배가 늘어난 것이다.
연초 코스피 지수는 투자가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듯 2070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 다우 지수가 아직도 11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청년 실업은 아직도 문제지만 전반적인 실업률은 내려가고 소득은 늘고 있다. 새해 예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되면 유럽 연합과의 FTA와 함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된다.
그러나 한국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의 반열에 서기에는 나라가 너무 작다. 현재 미국의 맞수로 떠오를만한 나라는 중국밖에는 없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 연10%대의 경이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은 2030년대까지 이런 속도로 성장하며 그때쯤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인구당 소득이나 생활수준은 미국에 크게 못 미치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 위치가 아니라 방향이다. 미국의 저성장과 중국의 고성장이 계속된다면 1인당 소득이 미국을 앞지르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나오자마자 인류 역사와 향후 전망에 관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는 이안 모리스의 ‘서구는 왜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가’(Why the West Rules- for Now)에 따르면 1만5,000년 전 이라크 북부 언덕에서 농업이 시작된 후 기원 500년까지 계속되던 서양의 우위는 그 때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한 후발 주자 동양에 밀리기 시작했으며 동양의 우위는 1700년까지 계속됐다. 이런 동서양의 우위는 지리적 요인과 사회의 내부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지 특정 인종이 우수해서가 아니며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00년 넘게 계속돼 온 서양의 우위는 이제 동양의 부흥과 함께 끝나가고 있으며 이런 역사적 대세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아시아의 부흥은 미국 입장에서 꼭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LA를 비롯한 미 서부 해안 지역은 그 덕을 볼 것이 분명하다. 동쪽은 뜨고 서쪽은 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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