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주일 남짓 남은 2010년을 되돌아본다. 편집국 한편에 차곡차곡 쌓인 올해 신문들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 안에 담았던, 올 한 해 사회부 데스크에서 다루었던 수많은 뉴스와 이야기들을 반추해보니 특히 연말 들어 가슴 아픈 소식들이 많았다. ‘깨어진 꿈’이란 표현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같은 한인 학생끼리 사소한 싸움 끝에 뇌사에 빠져 사망한 이진수군 사건이 그랬다. ‘꿈’을 펼치기 위해 혈혈단신 유학길에 오른지 불과 몇 달 만에, 너무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동급생간 다툼으로 결국 한 학생은 세상을 떠나고 다른 학생은 가해자라는 멍에를 안고 살아야하는 비극적 상황이 벌어진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본보 사회부 기자의 특종으로 알려진 사건이었지만, 자식 기르는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과도 같은 결과가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전처의 남편과 자신의 친구에게 총격을 가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영무씨 사건도 들뜬 연말 시즌에 다가온 충격이었다. 20여년전 아메리칸 드림의 희망을 안고 시작한 이민생활의 결말이 결국 ‘꿈의 상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었다.
‘드림법안’의 좌절도 수많은 이민자 학생들의 꿈을 깨뜨렸다. 특히 올해는 오바마 행정부도 법안 통과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터여서 무산에 따른 이민자 커뮤니티의 상실감은 더 컸다.
이민자 청소년들을 위한 계발(Development)과 구제(Relief), 교육(Education for Alien Minors)이라는 이름의 이니셜을 따 ‘드림(DREAM)’이라는 약칭으로 불린 이 법안은 명칭의 상징성도 의미 있지만 그 내용이 ‘꿈의 법안’으로 불릴 만 했다.
16세 이전에 미국에 정착해서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최소한 5년을 미국내에 거주하면서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거나 미군에 입대해 최소한 2년간 열심히 공부하거나 복무한 서류미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또 주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신분 구제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나이 제한도 30세 미만으로 낮추는 등 공화당이나 반이민 진영의 우려와 요구를 상당히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 2001년 처음 등장해 꾸준히 추진돼왔던 드림법안은 반이민 정서 앞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봤지만, 이같은 이유로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달랐었다. 처음에는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한 초당적 지지 분위기가 있었고 이민 관련 단체들도 드림법안의 통과를 위한 모멘텀이 드디어 다가왔다고 고무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연방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이 법안이 상원 통과를 위해 거쳐야 하는 종결투표에서 뜻하지 않은 민주당 반대표들이 튀어나온 게 복병이었다.
민주당 의원들 중 5명이나 반대표를 던졌고 이전 드림법안의 공동 발의자이기도 했던 오린 해치 의원까지 여기에 가세한 것도 치명적이었다.
드림법안의 수혜 대상 청소년들의 수는 약 210만으로 추산되고 있고 이중 한인 학생들도 어림잡아 5만여 안팎은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중 UCLA에 다니는 데이빗 조씨는 드림법안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감수하고 적극 법안 통과 캠페인에 동참해 온 학생들 중 하나였다고 한다.
어려서 가족과 함께 미국에 온 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자신이 서류미비 신분임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학비보조 혜택을 받을 수도 없고 졸업 후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드림법안을 통해 “삶의 터전인 미국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UCLA 마칭 밴드 리더로 활동하는 등 리더십을 보여온 그가 체류신분의 굴레를 벗고 진정으로 미국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는데 다시 실패한 것이다.
또 한 해를 돌아보며 다시 한 번 ‘희망의 상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부디 2011년은 깨어진 꿈의 조각들이 다시 하나의 온전한 꿈으로 부활하고, 절망의 늪에 빠진 이들이 다시 희망의 동아줄을 질끈 움켜잡게 되는 그런 해가 되기를... 성탄절 전날 아침에 간절히 가져보는 소망이다.
김종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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