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는 나는 영어로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이메일은 우표 값도 안 들고 신속하고 편리한 문명의 이기이다. 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인터넷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피해를 당할 수도 있음을 이번에 체험하게 되었다.
이틀 전에 한 교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내 이름으로 발송된 이메일을 받고 확인 차 전화를 한다고 했다. 이메일의 내용은 “갑자기 영국에 와 있는데, 돈을 좀 송금해 주면 미국에 돌아가서 갚아 주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나는 “사기꾼들이 보낸 편지이니 무시하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캘리포니아에 계신 친지 어른 한분이 “지금 어디 계세요?”하고 전화를 해왔다. 나는 “물론 위스콘신 저의 집에 있지요”하고 대답했다.
그 분은 “어, 영국에서 어려운 일을 당해 급히 돈을 보내 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500달러를 송금해 드렸는데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고, 인터넷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신 것 같습니다. 송금하시기 전에 저한테 전화로 확인해 보셨더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빨리 송금취소를 하실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라고 했다.
그 분은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영국에서는 미국 휴대폰이 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화를 못했다”며 “사촌 여동생의 수술비가 당장 필요하다고 해서 송금했는데, 미국 돌아오는 비행기 표 값도 더 보내 달라고 하길래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전화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송금액 500달러와 송금 수수료 43달러를 합해 543달러를 사기당한 그 분에게 미안하고 그 마음이 무척 고마운 한편, 그런 착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빼앗아 가는 국제 사기꾼에게 몹시도 화가 났다.
나 때문에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 분한 마음이 들었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잘못도 없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나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판매하려고 인터넷 중고시장인 크레이그스리스트에 올려놓은 적이 있었다.
다음날 그 광고에 대한 이메일이 왔는데 “이 이메일은 좀 수상하니, 잘 생각해 보고 열어 보시오”라는 메시지가 떴다. 나는 물건을 팔고 싶은 욕심에 그냥 이메일을 열어 보았더니, 물건을 사려는 사람의 의도가 분명하지 않았다. 말도 되지 않는 지리멸렬한 문장이 적혀 있어 좀 이상했지만 “내 블랙베리를 사고 싶으면 전화하라”는 답장을 보냈었다.
그렇게 해서 이메일 주소가 사기꾼의 손에 들어가게 된 모양이고, 그 다음날 나는 핫메일(Hotmail)의 본부 로고가 담긴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핫메일 본부에서 당신의 이메일 계좌를 점검 중이오니, 당신의 이름, 이메일 주소, 패스워드, 생년월일을 기록하여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당신의 핫메일 계좌는 24시간 안에 자동 중지됩니다”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이메일 계좌가 취소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고, 또 핫메일 본부 로고가 담긴 메일이라 별로 의심하지 않고, 모든 정보를 적어서 보냈다. 결국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알려 주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사기꾼은 내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내 이메일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 이름으로 “갑자기 영국에 왔다. 영국에 유학 와있는 사촌 여동생이 급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비 3,000달러가 급히 필요하니, 일부라도 송금을 해 주면, 미국에 가서 갚아 주겠다”는 메일을 보냈던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기꾼의 메일인 것으로 알고 무시했고, 몇몇 분들은 내게 전화를 한 후 사기행각임을 알고 송금할 생각을 접었으나, 캘리포니아의 친지는 나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급해서 피해를 보셨던 것이다. 내게도 피해가 없지 않았는데, 쓰던 hotmail 주소는 고장이 나서 못쓰게 되었고, 이메일 리스트에 있던 사람들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다 날아가 버려 다시 복구하느라 며칠째 고생하고 있다.
요즘 이와 같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사기를 쳐서 돈을 빼앗아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기꾼들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거나 감언이설로 속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하거나 협박하는 수법을 써서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돈을 사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세상은 춥고 어두운 세상이 될 것이고, 사람을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세상은 밝고 따뜻한 세상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이기심으로 눈먼 사람들에게 이타심의 눈을 뜨게 해주고, 냉정한 인간 세상에 온정의 빛을 비추려고 찾아오시는 아기 예수가 이번 성탄절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조정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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