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생명이 태어난 것은 약 40억년 전으로 잡는다. 처음 세상에 출현한 생명체는 단세포로 주위 환경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였다. 식색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본성이자 본질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세포 생명체는 곧 다세포가 됐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뭉쳐 있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세포가 늘어나면서 단지 덩치가 커진 것뿐 아니라 세포의 기능도 분화되기 시작했다.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5각으로 주위 먹이와 적의 위치를 빨리 알아내고 도망치거나 잡아먹을 수 있던 개체의 생존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기능의 분화가 생존력을 높여주는 것은 개체에만 해당되는 진실이 아니다. 인류 문명의 탄생은 대규모 농경과 궤를 같이 한다. 풍족한 식량은 인구수를 늘렸을 뿐 아니라 대장장이부터 목수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전문가의 출현을 가능케 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강한 공동체를 낳았다. 소위 4대 문명의 시작이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함께 인류의 생산력은 다시 한 번 도약의 시기를 맞는다. 산업혁명의 에센스는 기술 혁신과 분업이다. 경제학의 원조 애덤 스미스는 그의 ‘국부론’에서 핀 공장의 예를 들며 분업의 힘을 설명한다. 혼자서 핀을 만들 때는 한 사람이 하루에 1개를 만들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를 10개의 공정으로 나눠 10명의 직원을 써 만들면 하루 4만,8000개의 핀 생산이 가능하다. 분업을 통해 4,800배의 생산 증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대량 생산의 최대 수혜자는 저소득층이다. 같은 인건비로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면 단가는 필연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과 방직기계를 이용해 면직물 등 의류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 영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며 부강해졌지만 그와 동시에 영국의 빈민들도 전에는 귀족들이나 입을 수 있었던 따뜻하며 가볍고 빨기 쉬운 면으로 짠 옷을 입고 추운 겨울을 편안히 날 수 있었다.
그러나 분업이 효과를 거두려면 ‘교역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아무리 핀을 많이 생산해도 ‘각자 자기 집에서 만든 핀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엉터리 법을 만드는 나라는 없지만 국가 간에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소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치는 것이다.
한쪽이 장벽을 치면 상대방도 보복 장벽을 치고, 상대방이 치면 나도 치고 하는 식으로 가다 보면 무역은 모두 스톱하게 마련이다. 따뜻한 지중해 연안에서 쉽게 재배되는 포도를 싸게 수입하는 대신 추운 스코틀랜드에서 한 겨울에 불을 때며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재배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3년을 끌어오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주 마침내 타결됐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관세장벽은 사라지고 양국 국민 모두 양질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으며 교역량은 늘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제 정신이 있는 경제학자치고 이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야당은 일제히 이를 ‘굴욕 외교’라고 몰아붙이며 성난 이리떼들처럼 비준 저지 범국민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들은 이전 안도 지지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어떤 안이던 현 정부가 미국과 맺은 것은 물고 늘어져 정치적 타격을 안겨줘야 다음 대선에 승산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자동차 분야에 엄청난 양보를 해 타격을 입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협상 타결을 환영하고 있다.
야당의 호들갑은 2007년 대선 때 사기꾼 김경준의 말만 믿고 BBK를 외치며 난리를 치다 이명박과 무관함이 밝혀지자 사과 한 마디 없이 입을 씻던 것이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 ‘국민 모두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고 선동하던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미국 쇠고기가 들어온 지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 한국민 중 과연 몇 명이 광우병에 걸렸는가. 한국의 야당은 권력 추구도 좋지만 진정한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 한 번 쯤 돌아볼 줄 알아야겠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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