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대에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0여 년 전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라는 새 말들이 등장했을 때, 컴퓨터보다는 볼펜 이전의 지필묵 시대에나 더 잘 적응했을 법한 나 같은 사람은 소프트웨어(software)를 ‘softwear’로 혼동해서 무슨 부드러운 속옷을 의미하는가보다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Hacker도 컴퓨터 시대의 새 용어로 한국말로도 해커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미 국무부 비밀 외교 전문(diplomatic cables)들을 무려 25만 건 이상이나 공표해서 요즈음 전 세계의 정계와 외교계를 뒤숭숭하게 만든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인 줄리안 아산지(39세) 역시 해커였단다.
Wikipedia와 Wikileaks라는 신조어들, 특히 그 어두인 Wiki의 의미를 구글 해보았더니 하와이말로 ‘빠른, 잽싼, 즉석의’란 의미란다. 그러니까 Wikipedia는 누구나 글을 쓰고 또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즉석(무료) 백과사전이란 의미일 것이고 Wikileaks도 누구든지 일반 시민들에게는 베일로 쌓여 숨겨진 정부, 기업, 교회나 기타 기관들의 비밀문서들을 hacking(허락 없이 취득)한 사람이 그 내용을 Wikileaks 웹사이트를 통해 세상에 공표하는 잽싼 비밀 누출을 의미하는 듯하다.
아산지 자신도 해커 출신이지만 7월 달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 과정에서의 미국 비밀문서들을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의 뉴욕 타임스에 제공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국무부 비밀문서들도 미 육군 정보 분석가인 22세의 브래들리 매닝 이등병으로부터 입수했다는 것이 정설인 모양이다.
현재 버지니아, 콴티코 기지에 수감 중인 매닝은 상관과 싸워 불명예제대를 당할 가능성 때문이었든지 아니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인지 그 엄청난 분량의 문서들을 다운로드해서 아산지의 조직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전쟁 개입에 대한 1970년대 초의 미국과 미군의 역사적인 고찰이었던 펜타곤 서류들(Pentagon Papers)을 다니엘 엘스버그가 몇 달인가에 걸쳐 비밀리에 복사해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의 신문에 제공했던 사건만 보아도 최근의 위키리크스 비밀 누수 사건은 순전히 퍼스널 컴퓨터와 조그만 디스크나 메모리 스틱에 몇 십 기가바이트(10억 바이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닝이 이라크에서 근무 중 CD로 음악을 듣는 척 하면서 국무부의 비밀 서류들을 하루 밤 사이에 자기 개인용 디스크에 옮겼다는 이야기이니까 아산지나 매닝 등 컴퓨터 천재들은 소위 ‘무서운 아이들(enfant terrible)’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근본 체제들의 위선과 불합리성과 부패를 폭로해서 파사현정을 구현하겠다는 이상주의자들인지 혹은 모든 질서의 파괴도 마다 않는 무정부주의자들인지 알쏭달쏭하다. 그리고 9.11 사건 이후 정보기관들의 정보 공유 부재 때문에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을 시정하기 위해 정보기관들과 정보 분석가들의 정보 공유 및 접근을 쉽게 만들었던 것도 이번 사건에 기여했을 것이다.
아산지 자신은 스웨덴에서 강간 등 성폭행 혐의로 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영국에 있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스웨덴으로 송환될 전망인데다 미국의 1917년도 간첩법 위반 혐의도 있어 그 장래가 어두워 보인다.
폭로 가운데는 러시아 정부가 조직 폭력단체들과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꺼리는 일을 조폭을 시켜서 한다는 전문 등 소위 폭발적인 내용도 있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웃고 넘길 일도 있다. 이제는 해외 주재 미국 대사관들의 보고서들이 좀 더 몸을 사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정확한 정보 수집에 장애가 될 것은 불문가지다.
한국 관계의 전문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금년 초 당시 외교부 차관이 미국 고위 관리에게 중국은 남한 주도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미군 주둔도 현재 휴전선 이남이면 용납할 것임을 중국 관리가 시사했다고 전한 내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통일이 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통일이 되어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 전도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기대감이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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