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각은 무엇인가’-. 서해로 진항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한미연합 해상훈련을 마치고 항로를 동지나해로 돌렸다. 한국도 옵서버로 참관하는 사상 최대 미일 공동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상정하고 펼쳐지는 이 ‘사실상의 한·미·일 3국 연합해상훈련’을 바로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던진 질문이다.
그렇게 무사태평일 수가 없다. 산업규모의 우라늄농축시설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리고 며칠 후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왔다. 그 김정일 북한체제 유지의 유일한 버팀목인 중국은 그 난리에 미동도 않은 것이다. 기껏해야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이나 발표하면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에 진항하자 그 때서야 중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과 북한 등을 상대로 왕복외교를 펼치면서 다소 바쁜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나온 중대발표라는 것은 맥 빠지는 6자회담 재개 제안이었다.
북한의 도발에는 아예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한미기동훈련에 대해서만 볼멘소리를 했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성명채택을 봉쇄했다. 그리고는 북한 고위층의 방문을 맞아 북한과의 전통적 우정을 과시했다.
국제사회와의 정서와는 동떨어져도 보통 동떨어진 게 아니다. 그런 중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비단 뉴욕타임스뿐이 아니다. 전 세계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게 최근 들어 연일 보도되고 있는 위키리스크의 미 국무부 전문(電文) 폭로내용이다. 중국의 속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어느 정도 가늠할 단초를 제공해서다.
“중국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용인할 것이며 중국 지도부에 이런 의견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내용이다. 귀에 번쩍 뜨일 이야기는 그 뿐이 아니다. 중국의 북한피로감은 날로 가중, 북한을 포기할 태세가 되어 있다는 내용도 그렇다.
물론 그와 정반대 내용의 전문내용도 폭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정상회담에서 탈북자를 북한에 돌려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자 후진타오는 대답을 안했다는 게 그 하나다. 또 북한 인권문제를 정상회담 어젠다로 제시하자 후진타오는 거부했다는 것도 그렇다.
하여튼 폭로된 전문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때 고무적으로 들리는 것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서방언론은 이 위키리크스가 밝힌 전문들을 토대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진실은 그러면 무엇일까. “중국은 북한에 대해 두 마음인지 모른다.” 타임의 지적이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 중국의 당국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러면 이처럼 전향적인 접근방법이 실제 중국의 북한정책에 반영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 타임이 재차 던진 질문이다. 꽉 막혔다고 할 정도다. 꽤나 유연해 보였던 중국이다. 그 중국이 북한문제, 다시 말해 대낮에 대한민국의 영토를 향해 포격을 하는 미친 짓을 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그토록 감싸고돈다. 그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북한과 관련해 주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중국의 외교부가 아니다. 외교부와는 전혀 별개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와 정치국 상임위 일부 위원, 그리고 군부다.” 타임지의 지적이다. 외교부가 아주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요 결정은 당과 군의 고위실세들이 결정하고 외교부는 지시에 따를 뿐이다.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수뇌부는 북한의 도발을 별로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 핵과 미사일, 군사적 도발로 점철된 북한문제는 이들에게 있어 외교적 사안이 아닌 군사적 사안일 뿐이다.” 헤리티지재단 보고서가 오랜 전 밝힌 내용이다.
그러니 전문 외교관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고 해서 이를 바로 북경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또 고위 외교 당국자가 3대 세습이나,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대해서는 먹통에 가까워도 놀릴 일이 아닌 것이다. 외교라인의 테크노크라트들에게는 북한과 관련된 고급정보가 차단돼 있다, 그게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 중국이 보이고 있는 이중성은 중국의 6.25참전 60주년이 되는 날 차기 ‘중국 황제’ 시진핑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는 중국의 6·25 참전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으로 규정지은 것이다.
중국의 양심적 학자들은 6.25를 더 이상 ‘대한민국의 북침에 의한 전쟁’이란 궤변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런 정황에서 나온 것이 시진핑의 발언으로, 중국외교부는 중국의 정론(定論)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던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이빨과 입술의 관계다. 일찍이 모택동이 한 말이다. 그 말을 패러디해 한 논객은 오늘날의 중국과 북한관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빨과 입술의 관계에 변함이 없다. 그 입술에 악성종양이 났지만 이빨은 여전히 입술을 애지중지하고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는 당과 군의 중국통치가 계속되는 한 한·미·일 3각 동맹은 필연이란 생각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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