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버지니아 훼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웨스트 포토맥 고등학교의 클리프 하디슨 교장은 자신이 새로 제안했던 성적평가방침과 관련해서 큰 홍역을 치뤘다. 이 교장 선생님은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계시다가 작년에 웨스트 포토맥 고등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신 능력 있는 교육자이다.
하디슨 교장은 부임 후 너무 많은 웨스트 포토맥 학생들이 F 학점을 받는 것을 보고 F 학점이 학업성취 동기부여에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을 개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올해부터 새로 시도한 F 학점 구제방침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여러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과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은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게끔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성적평가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디슨 교장이 시도하려했던 F 학점 구제방침에 의하면, 학생들이 과제 제출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F를 받게 될 때 그냥 F를 주지 말고 추가 기회를 주어 가능하면 과제를 해 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학업 성취 향상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또 그래야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학업성취 정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디슨 교장 선생님의 지론은, 성적평가란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지 과제를 했느냐 안했느냐의 행위에 맞추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학생이 과제를 안 해왔을 때 그냥 F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과제를 안 해왔다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F 학점이 해당 학생의 학업성취 정도를 나타내는 정확한 지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학생들이 테스트나 과제준비에 어떠한 부정이 있을 경우,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다른 방식의 처벌은 당연히 있어야하겠지만 그것이 성적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라면, 그 결과로 나온 성적은 결코 그 학생의 진실된 학업성취 정도를 평가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지금까지 해왔던 성적평가방법의 정당성을 믿어 왔고 이에 익숙해져 있던 선생님들을 비롯한 학부모들, 학생들, 그리고 이러한 방침을 언론의 보도를 통해 접한 여러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방침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학생들의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수반되어야 하며, 학생들이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을 지게 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방법은 성적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과제나 시험처럼 성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에 관련된 행위에 대한 책임이야 말로 당연히 성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에서도 과제를 제 때에 제출 안하거나 시험에서의 부정이나 남의 논문을 베끼는 행위에는 F 학점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예 퇴학 조치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당연히 고교를 졸업하기 전에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 중에 필자는 숙제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토론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훼어팩스 공립학교 규정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하루의 숙제량으로 2시간 정도면 족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숙제량이 그것을 훨씬 초과한다. 그러면서 숙제의 목적이 학업성취를 돕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제기 되었고 그렇다면 시험에서 A를 받는 학생들에게 추가로 숙제를 내준다는 것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될 수가 있겠냐는 지적도 따랐다.
만약에 어떤 학생이 숙제를 전혀 안 해도 시험에서 모두 A를 맞을 수 있다면 그 학생은 숙제를 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게 더 유익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즉, 그러한 학생들의 경우, 숙제를 안 함으로 만약에 감점을 받아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면 그 떨어진 성적이야 말로 그 학생의 학업성취 정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학생의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좀 더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불필요한 숙제로 인해 빼앗겼기에 오히려 비교육적이란 지적도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학생이 항상 A를 맞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대부분의 경우 학업성취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도록 숙제를 내 준다는 반론이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 다음에 사회에 진출해 생활을 할 때 결과뿐만 아니라 종종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까지도 책임을 져야하는 데, 이에 대한 훈련을 학교 다닐 때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여간 지난 2주 동안 웨스트 포토맥 고등학교에서 시도되었던 새로운 학교성적평가방침 논란은 성적 평가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학생들의 책임에 대한 적절한 조치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쉬운 게 있다면 하디슨 교장의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철회되었다는 것이다. 하디슨 교장은 철회 결정을 밝히며 이러한 논란이 본인이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으로만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 하였지만, 가능하면 F 학점을 받는 학생들을 독려해 조금이라도 학업성취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던 뜻이 너무 일찍 꺾인 것 같아 내심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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