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원 마감 앞둔
12학년 부모 가이드
12학년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B씨. 며칠 전 무심코 한 한 마디에 자녀와의 관계가 얼어붙었다. B씨는 “대학 동창 친구 아들은 이번에 예일대 조기 입학에 지원했다고 하던데…”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왜 그 아이를 나와 비교하느냐?”며 버럭 성질을 냈다는 것. B씨는 “아들을 주눅 들게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아들은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며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서먹서먹해진 감정을 푸느라 B씨는 아직도 자녀 눈치만 본다. 어찌 A씨와 B씨뿐일까. 요즘 12학년 자녀를 둔 가정마다 지금 자녀들과 부모들은 살얼음을 걷는 긴장감으로 초조해하고 있다. 어떤 부모는 미국 대학 입학에 아는 것이 없어 자녀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오히려 자녀는 이를 부모의 무관심으로 받아들여 섭섭해 하고 있다. 어떤 부모는 다급한 마음에 신문이나 설명회에서 얻은 자료를 자녀들에게 들이밀며 참고할 것을 요구하지만, 오히려 자녀에게는 부담으로만 다가가는 눈치다. 어떤 부모는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뭘 했냐?”고 다그쳤다가 자녀와 며칠 동안 말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 봤다.
‘옆집 아이는…’ 무심코 한마디에
버럭 화 대화창구 닫아버려
불필요한 마찰 피하고 마무리 최선
■ 한국식 질책 대신 격려를 아끼지 마라
미국 교육은 격려 중심의 문화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자녀들은 질책에 익숙하지 못하다. 부모가 자라던 시절 질책을 받았을 때 느끼던 좌절감을 10배 정도로 증폭해서 느낀다고 보면 된다.
질책하는 순간 자녀와의 대화는 끝났다고 봐도 좋다.
대안은 그저 격려하는 것이다. 마음 속 깊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중에 대학 입시 끝나서 해도 된다. 우선은 그저 격려하라. 무조건 칭찬하라. 질책은 오히려 손해다.
■ 현실을 인정하고 최선을 찾아라
자녀가 지내온 4년간의 고교생활을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상황은 거의 끝나 있다. 지금 해볼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 한계를 재확인하며 통탄해봐야 소용없다. 차라리 좋은 낯으로 현실을 인정하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하는 것이 옳다.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서류 빼먹지 않기 ▲좋은 기록 누락시키지 않기 ▲데드라인 지키기 ▲남은 기간 가능한 개선을 실행하기가 전부다. 그렇다면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로 현재 할 수 있는 일까지 놓치면 더 큰 손해다.
■ 비교는 최악의 선택
지금 이 단계에서 비교는 최악의 선택이다. ‘누구네 집은 어떻다는데…’라는 말을 듣고, 더 많은 의욕을 보이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오히려 그나마 있던 의욕을 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자녀의 조건에 충실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정 비교를 하고 싶다면, 자녀보다 불리한 조건의 케이스를 소개하라. 그러면서 “그런 경우와 비교하자면 너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거꾸로 격려하라. 그러면 자녀 얼굴에 화색이 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힘을 낸다.
■ 자녀를 100% 믿지 마라
영어가 불편하다고 모든 일을 자녀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억해둘 것은 자녀가 잘 하는 것은 부모보다 단지 영어를 조금 더 자유스럽게 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적인 경험이나 일을 맵시 있게 처리하는 데에는 사회 경험이 많은 부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서류 깔끔하게 정리하기, 서류에 빼먹은 것 없이 기입하기, 마감시일에 맞춰 보내기, 추천서 등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것들 기억하기 등에서는 학생보다 부모가 훨씬 더 경험이 있다. 현재 자녀들은 부모들의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부모가 영어에 불편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런 일들에 관심을 보이고 도움을 주면 부모를 훨씬 더 신뢰할 것이다.
■ 자녀는 지금 생애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자녀가 이렇게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크고, 당황스럽고, 어려운 과제다. 이 점을 부모가 인정해 줘야 한다.
그런 시각으로 자녀들을 대해줄 때에만 자녀들이 훨씬 더 자부심을 갖고 자기 과제에 대한 의욕을 보일 것이다. “그까짓 것, 나도 너 만할 때 다 한 것이다”라든가 “네 또래의 모든 학생들이 하는 일, 왜 너만 그렇게 요란하게 힘들게 하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는 점을 알려주면 자녀들이 좀 더 의지 있게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앞으로 대학원 진학, 회사 입사 등에서 유사한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하면 다음 상황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설명해주면 좋다.
■ 뜻밖의 도움으로 자녀들을 기쁘게 하라.
자녀들이 준비하는 지원 내용은 학부모도 늘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녀와는 별도로 계속 재확인해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에서 알게 된 점들을 자녀들에게 환기시켜주면 자녀들은 이 뜻밖의 도움에 무척 기뻐한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의 일에 관심을 쏟아주고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충 서류에 대해 환기해주거나, 혹은 마감일에 대해 환기해 주거나 하면 고마워한다.
결국 자녀들이 가장 마음 편하게, 부모로부터 관심과 도움과 사랑을 받아가며 이 상황을 헤쳐 나간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자녀가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내거나 질책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그동안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자녀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자녀들이 놓치는 것은 없는지 이리저리 신경을 써줄 때 자녀가 제일 의욕 있게 이 시기를 넘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길고긴 과정을 거쳐 지원서를 마감시키면, 그때는 자녀와 함께 충분히 기뻐해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느끼는 홀가분함과 후련함을 같이 즐기면 자녀들은 부모를 인생의 동반자로 인정해줄 것이다.
입시전쟁에 뛰어든 자녀에게는 격려가 최고의 선물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본보 주최로 열렸던 대학입학 세미나에 참석한 한인 학부모들.
■ 지원서 몇개나 제출?
이 맘 때면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헷갈리는 것이 하나 생긴다. 지원서를 도대체 몇 개를 제출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딱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정해 놓았는데, 막판에 가서는 결국 예상보다 훨씬 많은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매년 경쟁률이 올라가면서 지원 대학을 늘리는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표 참조> 주변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정말 원하는 대학에 지원
몇 개에 대한 정답은 없다. 모든 것은 본인 결정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합격해도 입학하지 않을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거나, 턱없이 높은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낭비다. 우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고, 학교마다 지원서 제출에 따른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12월 말이 다가올수록 초조한 마음에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지원 대학을 추가하게 된다. 냉철하게 판단해 정말 가고 싶은 대학이 어디인지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한다.
2. 더욱 알차게 꾸며라
불필요하게 지원서 수를 늘리기 보다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지원서들의 내용을 계속 점검하며 알차게 만들 필요가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매년 늘어나는 지원서들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들이 정한 합격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것들을 먼저 솎아낸다. 다시 말해 합격률이 10% 내외인 대학들의 경우, 그만큼 지원서의 상당수가 아예 초기에 탈락해 버린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때문에 합격 가시권에 드는 목표대학들을 결정하고, 지원서를 최대한 실속있게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3. 합격 가능성을 분류해 본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학 ▲합격 가능성이 있는 대학 ▲합격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대학 등 3단계로 나누어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서 부분별 수가 다시 궁금해지는데,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각 3개 학교를 하거나, 합격 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3~4개 대학을 지원하고 가능성이 높은 곳과 도전하는 대학 쪽에 2개 학교를 지원할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지원 대학수 비율
<출처: 고등고교 연구소>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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