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제대로 벌어다준 적이 없는 탓인지 또는 천성적으로 검소해서 그런지 아내는 소위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우리가 루이 비통이란 말을 처음 들어본 게 모조품 판매를 하다가 FBI에게 붙잡힌 고객을 대표했을 때이다. 연방검찰청에 보관되어 있는 증거물들 가운데는 내 고객이 운전하던 남자와 함께 버지니아에 있는 자기 집을 떠나 하필이면 워싱턴 DC 관가 가로 중에서도 FBI 청사 부근에 밴 트럭을 놓고 가짜 명품들을 팔고 있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비디오 테입이 있어 깜짝 놀랐다. 감옥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검사와 협상을 해서 전자 팔찌를 6개월 차고 다니는 것쯤으로 해결했음에도 몇 천 달러의 변호사비를 떼어먹은 사람이라 두고두고 불쾌한 추억인데 최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잭 존슨 이그제큐티브와 그의 부인의 체포와 관련하여 그 생각이 났다.
FBI 수사가 철저한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지난 주 금요일 존슨 이그제큐티브가 어떤 개발업자로부터 1만5,000달러짜리 수표를 받은 것을 도청(wiretapping)으로 발견한 FBI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존슨의 핑계인즉 그 돈은 뇌물이 아니라 12월에 퇴임하는 자기의 이임 파티를 위한 기부금이라는 조금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궤변이었다. 그런데 더 큰 일은 그 후에 벌어진다. 이그제크티브의 부인인 레슬리 존슨 여사가 다급하게 남편에게 전화를 하면서 FBI가 집 문을 두드리는데 어찌할까라는 질문이었다. 존슨은 개발업자에게서 받은 10만달러짜리 수표를 찢어서 변기에 넣어 방출하고 7만9,600달러의 현금은 속옷에 감추라고 제의한다. 곧 바로 들어 닥친 FBI 요원들은 레슬리 존슨의 브래지어에서 현금을 발견하고 그를 체포했고 남편도 체포된 것은 물론이다. 기가 막힌 것은 존슨이 보통 변호사 출신이 아니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검사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민주주의다 인권존중이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어 체포되는 경우 혐의자의 프라이버시는 싹 살아져버린다. 우선 도주의 염려가 눈꼽만큼도 없는 경우도, 존슨과 그 부인의 경우도 점심 전후 시간대인 데다가 10여명의 FBI 직원들이 버글버글하는 상황에서 독 안의 쥐와 같은 형국인데도, 수갑을 채운다. 검사 생활 때 한 순간인들 자기가 수갑을 차는 신세가 된다고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체포 당일로 연방지방법원 판사 앞에 나타나 부인은 조건 없이 석방되었으나 존슨은 다리에 전자 감식 장치를 하게 되었고 출근과 의사에게의 왕래를 제외한 집 밖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몇 년 동안이나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공직자 부정부패를 조사해온 연방검찰과 IRS는 우선 두 사람을 증거훼손 죄목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체포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은 금방 노출되었다. 한인 경찰관 한 명을 포함해서 경관 3명과 아울러 리커 스토어를 여러 개 소유한 인도 출신 이민자들 등 9명이 더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앰릭 멜히라는 리커 스토어 주인의 고급저택에서 40만 달러의 현찰이 발견되어 그 돈이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쓰일 것이라는 FBI 직원의 (도청결과) 확인서에 들어 있어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전전긍긍하는 관리들이 있음직하다.
그런데 멜히는 처음엔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민을 와서 5,000달러를 한 창녀에게 주고 위장 결혼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발각되어 5년 형을 받았다는 전과가 있으니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보인다. 버지니아에서 담배와 술을 구입하여 체포된 경찰관들의 차로 메릴랜드로 가져와 팔아서 큰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 죄목의 하나니까 말이다.
거의 매일 TV 뉴스는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호화 주택지역 및 첼빌에 있는 존슨의 집과 하워드 카운티에 있는 멜히의 집을 보여준다. 돈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강하기에 특히 검사 출신으로 FBI의 도청이 자기와 자기 집에 진행될 가능성을 숙지했을 존슨이 그따위 파렴치한 행동을 했는지 종잡기 어렵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디모데전서 6:10) 라는 성경 말씀이 정말 옳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 알 것이니라”(데모데전서 6장 7-8절)
탐욕이 없으면 범죄할 리 없고 따라서 체포되는 수모나 감옥에 갈 걱정이 없어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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