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한반도 서쪽 바다 백령도 인근에서 군사훈련 중이던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고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4월 11일 한국정부는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을 구성하여 이 사건을 조사하였고, 5월 20일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서둘러 공식 발표하였다. 조사에 착수한지 40여일만이고, 6월 지방선거를 10여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 같은 한국정부의 발표 이후 한국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은 합조단 발표에 대한 수많은 의문점을 제기하였고, 또한 이 사건의 전면 재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서재정 존스합킨스대 정치학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는 합조단 발표의 의문사항과 직접 조사한 과학적 데이타를 중심으로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기자회견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재조사를 해야 하며, 조작된 데이터로 의심되는 합조단의 조사내용도 공개해야 한다”며 “그들은(합조단)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는데 실패했고, 데이터를 조작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11월 17일 공영방송인 KBS는 ‘추적 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를 방영했다. KBS는 이 방송을 통해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합조단의 발표에 중요한 3가지 심각한 문제와 의혹이 있음을 밝혀냈다. 첫째는 군 당국이 천안함 피폭의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한 흡착물질이 폭발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이 아니라는 사실이고, 또한 ‘제3의 초소’에서도 문제의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으며, 국방부가 국정감사에서 공개하겠다고 했던 천안함 유실 무기를 모두 폭파 처리한 사실이다. ‘추적60분’은 합조단이 주장하는 천안함·어뢰 흡착물을 직접 입수한 뒤 국내에선 처음으로 성분 분석을 실시했다며 국방부의 분석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국내 400여 명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요청해, 이들이 추천하는 해당 분야 권위자에게 흡착물질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합조단의 조사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침몰 위치와 꼭 있어야만 하는 물기둥에 대한 제보자 등의 진술은 합조단의 발표와 다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결국 합조단의 조사는 이미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이에 짜 맞추기 위한 무리한 조사였고, 그렇게 내놓은 합조단의 최종결과는 그 신뢰성과 과학성 그리고 일반적 상식선에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열린 자세로 공정한 재조사에 임하여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인 정부의 발표를 믿는 국민은 30% 안팎이다. 그럼 70%는 정부 발표에 대해 ‘비민주성과 비과학성 그리고 권위적 태도’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써 북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였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며 “10년 좌파정권이 천안함 사건의 원인제공자며 이를 심판해야 한다”고 연일 외치며 다녔다. 허나 결론은 여권인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조단은 9월 13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여 다시 북한의 소행임이 입증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천안함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불행한 사건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평가는 후세들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천안함 사건은 분단된 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슬픈 일이다. 허나 그저 슬퍼만 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이에 대한 분명하고도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고 그에 대한 분명한 책임소재가 밝혀져야 한다.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평화적인 것에 맞서서 싸워 이길 때만이 얻어질 수 있는 값진 것이다. ‘추적 60분’을 보며 한국, 우리들의 조국에 대해 공정하고 정당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재수
민주개혁미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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