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배심원 앞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인 미국의 배심제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배심원 앞에서 하는 재판은 제1심에 해당한다. 미국과 한국의 재판과정은 제1심, 항소, 상고 등 3심으로 이루어지는 큰 틀은 유사하나 제1심의 결과에 불복하여 진행하는 ‘항소’와 제2심의 결과에 불복하여 진행하는 ‘상고’는 한국의 개념과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제1심 판결의 사실 인정이나 법률 판단에 대하여 불복하는 당사자는 항소할 수 있다. 제2심 재판에서 당사자는 제1심 재판에서 하지 못한 주장과 증거를 더 제출할 수 있으며 재판절차도 제1심 절차와 거의 같다.
제2심 판결의 법률 판단에 대하여 불복하는 당사자는 최종심인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상고사건에 대한 재판절차는 1심 및 2심의 재판절차와는 다르게 상고장, 상고 이유서, 답변서 기타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변론 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오해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2심에서 재판을 완전히 다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추가적인 증거와 주장을 다시 제출하고 제1심의 재판절차와 같은 재판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재판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다만 1심(trial court)에서 배심원과 판사에 의해서 내려진 평결과 판결이 법이나 판례를 잘못 적용했다거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즉 1심에서 재판부가 채택한 증언과 증거물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게 되어 있고 이러한 ‘사실에 관한 확정’(factual findings)은 1심의 고유권한이다. 1심에서 원고나 피고 측에서 주장한 사항들에 대해 누구 말을 믿을 것인가, 어떤 증거물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것인가는 1심 재판부가 가지고 있는 고유권한이란 뜻이다.
속기사에 의해 기록된 모든 1심 재판의 기록과 증거물은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 제출된다. 그리고 3명의 항소법원 판사 앞에서 양 당사자들과 변호인들의 변론이 진행된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주장과 증거의 신빙성을 다시 따지는 것이 아니라 채택된 증거와 주장이 올바르게 법과 판례에 의해 적용이 되었는지 여부만을 따지는 것이다.
항소법원에서 1심 재판 기록을 검토한 후 1심의 판결을 위한 관련 증거(supporting evidence)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항소법원은 1심 판사의 판결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지 않은 판결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더 많더라도 1심 판사의 결정은 존중된다. 그러므로 미국 1심 재판의 판결은 한국의 1심 재판의 판결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결정력을 가진다고 하겠다.
때문에 1심에서 확실한 증거나 증인을 확보하여 재판을 아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만약 항소법원이 법이나 판례가 잘못 적용되었다고 결정하면 케이스를 1심 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이 경우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된다.
만약 항소심의 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한다면 주 케이스일 경우 주 대법원(State Supreme Court), 연방 케이스일 경우 연방 대법원(US Supreme Court)에 상고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든 상고를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어떤 분야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거나 옳지 못한 판례를 남길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는 법 자체의 제정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상고를 진행할 것을 허락한다.
항소법원 판사는 3명, 대법원 판사는 9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항소는 제1심 판결을 받은 후로 60일 이내에 해야 하며 항소법원에 제1심의 기록들을 올리는 비용이 든다.
항소를 하더라도 제1심의 금전적인 판결의 효력은 계속 유효하다. 그러므로 차압절차 등을 항소심 진행 중에 중단하고 싶다면 본드를 사야 한다. 그리고 패소할 경우 상대방의 비용을 보상해 줘야 한다. 항소법원이나 대법원은 중요한 판례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판결문들을 채택하여 판례로서의 효력을 발생시키고 판례집에 포함시킨다. (213)480-0440
데이빗 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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