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상회의가 갖는 더 큰 의미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이다. ‘말잔치’로 끝날 것이라던 이번 정상회의에서 환율 분쟁 해결에 물꼬를 트는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은 의장국인 우리나라다.”
“…글로벌 경제의 최상위 포럼으로 자리 잡은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데 대해 국민과 정부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초한 자발적 참여와 협조로 별다른 불상사 없이 행사가 끝난 것도 다행이다.”
‘서울선언’ 채택과 함께 마침내 막을 내린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논평이다. 안도감 같은 것이 엿보인다. 자부심도 묻어난다. AFP 통신 지적대로 한국인들이 스스로 ‘선진국을 향한 성인식’으로 여기고 있는 정상회담이 무난히 끝난 데서, 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서 오는 안도감에 자부심이다.
흥분감도 느껴진다. 88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과 함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보도에서 특히 그렇다. 그 흥분감에 전염된 탓인가. 새삼 뒤늦게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 되새기게 된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AP, AFP 등 주요 통신은 말할 것도 없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르몽드 등 주요 외국 신문들도 찬사로 일관했다.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흥국가로서 처음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치러낸 한국의 저력에 하나같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타임의 보도다. “한국은 단순히 공산품을 생산해 파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자체 기술을 개발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혁신자(innovator)다.” 타임이 본 대한민국의 오늘 날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타임은 그 답을 ‘민주화 정착’에서 찾았다.
한국의 경제적 기적의 엔진은 세계화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편승과 함께 한국은 경제적 기적을 이룩했다. 두 번째 기적은 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IMF체제를 통해 한국의 산업은 구조적 전환기를 맞는다. 개방성, 투명성이 가미된 것이다.
이 시기는 한국의 민주화가 뿌리를 내린 기간이다. 만개한 정치적 자유가 또 한 차례의 기적을 불러왔다. 민주화는 경제 발전은 물론 창의력 제고를 불러왔다. 한국의 자체기술 개발이 바로 그 열매다. 그리고 세계를 향한 ‘한류’(韓流)의 분출도 바로 민주화 정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을 내렸다.
다른 말로 하면 ‘서울 G20 정상회의’는 바로 성공적인 민주화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 배당금’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관련해 또 다른 뉴스들이 관심을 끈다. 그 하나는 미국, 영국의 정상들이 약속이나 한 듯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 스타트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캐머런 영국총리가 북경에서 한 발언이다.
중국의 그동안의 경제발전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정치시스템을 비판했다. 번영과 안정과 경제발전은 정치적 자유 없이는 보장받을 수 없다는 지적을 통해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보다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해 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 없는 번영은 그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빈곤’이라고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말한 것이다. 정치적 자유 없이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이른바 ‘북경 컨센서스’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비슷한 시간에 디플로매트지는 중국의 오늘날 젊은 세대가 보이고 있는 멘탈리티와 관련해 흥미를 끄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들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시아보’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그에 대해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다. 민주화란 이름으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서방의 앞잡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과 함께.”
“해외 물을 먹은 중국의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그들에 있어 미국유학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방편일 뿐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는 보편적 가치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서울 컨센서스’라는 말이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주 모델이 되면서 반쪽만의 성공을 가져온 ‘북경 컨센서스’란 용어는 결국 용도처분의 신세를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한 수준에 있었다. 그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 동시에 세계에 자랑할 만한 활력 있는 민주주의 체제도 발전시켰다. ‘소프트 파워’이론의 창시자 조제프 나이의 말대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을 이룬 나라가 한국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산업화와 민주화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한 바로 그 ‘서울 컨센서스’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의 한국인도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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