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 중간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 연방하원의 다수당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고 전국 50개주의 주지사 숫자도 공화당이 훨씬 앞서 나가게 되었다. 이번 중간선거가 우리 한인사회에게 던져 준 몇 가지 교훈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우선 가장 큰 것으로는 역시 투표가 정책에 대한 의사 표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다. 침체된 경제와 고용시장 상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 집권당에게 유권자들은 표로써 유감없이 불만을 표시했다. 유래 없이 많은 의석수의 변화를 보여준 연방하원에서의 선거결과가 바로 그 것이다. 이는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절실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교훈으로서는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전례 없이 많은 당선자를 냄으로써 주류 정치사회로의 진출에 큰 진전을 보이며 한인사회 전체에 희망을 심어 주었다. 물론, 정치인 배출만이 우리 한인사회의 발전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고른 발전을 보여야 건강한 발전인데 정치분야는 다른 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크게 한 발짝 나아간 모습을 보여 준 것 같아 필자 자신 한인동포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흐뭇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버지니아주의 연방하원 11지구에서의 선거결과를 보며 우리 모두에게 한 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현 의원이 공화당 후보에 비해 얻은 표의 차이란 전체 23만 정도의 표 중에서 0.5%도 안 되는 1,000표 미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적은 표차이로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을 볼 때 한 표의 귀중함, 특히 우리 한인 유권자들의 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선거철이 되면 많은 후보자들이 한인 유권자들에게 다가와 여러 가지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리고 후보자들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후보자들을 위해 선거자금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활동을 통해 한인 동포 사회에서 걷어져 후보에게 전달되는 액수는 후보자들이 선거를 치루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규모에 비해 아주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선거자금 모금활동이 중요치 않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하고, 실질적으로 우리 한인 사회가 정치적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모든 유권자들이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고 그렇게 참여했다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객관적이고 확인 가능한 통계로 제시해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정치인들이 우리 한인동포사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의 의견을 경청하게 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번 버지니아 연방하원 11지구에서의 선거결과 뿐만 아니라, 작년에 한인계로 유일하게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마크김 의원의 300표의 차이, 그리고 필자의 수퍼바이저 보궐선거에서의 89표 차이, 또한 1,000표 정도의 차이로 결정되었던 훼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의장 보궐 선거 결과 등을 놓고 볼 때 우리 한인 유권자들의 표의 역량이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음을 우리 모두가 앞으로도 계속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류 정치인들에게 한인동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좀 더 많은 한인들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선거캠페인 자원봉사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야할 필요가 있다. 영어가 좀 불편하거나 나이가 들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다. 필자는 정치인으로 당연히 매 선거 때마다 필자의 소속당을 위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올해도 예전과 다름없이 특별히 도움을 요청받은 한 투표소로 달려가 유권자들에게 필자의 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활동을 했다. 그런데 마침 같은 장소에서 필자 외에 다른 한국 분 하나가 상대방 후보에 대한 지지요청 활동을 하고 계셨다. 이 분의 연세는 필자의 아버님과 같이 지긋했고 영어도 연세 들어 이민 오신 이민자의 한계내의 수준이었지만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고 계셨다. 새벽 6시부터 4시간 정도 하시기로 자원 하셨다는데 정치적으로는 필자와 반대 입장에 서있는 분이었지만 참 흐뭇한 모습이었다. 투표장 밖에서 후보들에 대한 지지 유세를 벌이고 있는 단 두 명의 자원 봉사자 모두가 한국서 온 이민자들이며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 서로 사이좋게 인사와 대화도 나누며 유권자들에게 득표활동을 하는 모습이 이곳서 태어난 토박이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에게 참신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추어졌음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비록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다르더라도 많은 한인동포들이 직접 선거캠페인에 참여하고 활동할 때 주류 정치인들이 한인동포 사회를 대하는 태도는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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