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대통령 첫 임기 중간선거에 집권당이 패배한다는 징크스대로다. 그러니 이 작은 선거에서 졌다고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해외순방에 나서는 것이다.
전통이 되다시피 했다.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 곤경에 몰린다. 그럴 경우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돌파구를 해외정책에서 찾는 것 말이다.
72년 만의 최대 참패를 기록했다. 바로 뒤따르는 진단은 ‘오바마 어젠다는 사망신고를 마쳤다’는 것이다. 건보개혁에서 에너지, 이민정책에 이르기까지 오바마가 추진해온 국내정책은 모두 제동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이다. 어디서 구원이 올까. 클린턴이 그랬고 레이건이 그랬고 많은 역대 대통령이 그랬던 것 같이 오바마도 해외정책에서 그 답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국순방이 그 시작이다.
타이밍이 그렇게 절묘할 수 없다. 역사적 대패를 기록했다. 그 직후에 10일이라는 최장기간의 해외순방에 나섰다는 점에서 어쩌면 도피같이도 보인다.
이 아시아국 순방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 중요한가. “11월2일 중간선거 결과 워싱턴의 파워 밸런스는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아시아국순방은 세계의 파워 밸런스 설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 관측통의 지적이다.
무엇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참패를 불러왔나. 경제 등 국내문제가 그 원인으로 주로 거론 된다. 해외정책도 문제가 됐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수퍼 파워로서 미국을 되살렸다’-. 공화당 압승으로 끝난 중간선거에 대한 다른 시각의 진단이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다. 2008년의 분위기다. 2년이 지난 오늘날 그러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은 냉대하고, 미국의 적에게는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동안 오바마 외교에 따라다니는 비판이었다.
지나친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포용과 대화’를 강조한 오바마 외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정책으로 미국은 쇠망의 길을 걷는 세력으로 비쳐졌다. 스스로 미국의 위신을 깎는 듯한 오바마의 언동이 겹쳐지면서 미국은 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그 유약한 이미지가 보수성향의 유권층을 자극했다. ‘미국적 예외주의 부활’에의 염원이 민주당 참패에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책도 그렇다. ‘차이메리카’(Chimerlca ·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에 의한 세계질서를 주창했다. 그래서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이루어진 게 오바마의 중국방문이었다. 그 정책은 그러나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의 콧대만 높아졌다.
이제는 단순히 미국에 ‘노우’라고 하는 정도가 아니다. 사사건건 반대다. 미국이 제시하는 어젠다 마다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 중국은 이제 작심이나 한 듯 이웃 길들이기에 나섰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간 나오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35분 전에 취소한 지난주의 ‘외교적 폭거’가 그 한 케이스다.
오바마의 이번 아시아국 순방은 민주주의 체제이자,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일정이 짜여졌다. 인도가 그 첫 번째 방문 국이다.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 일본 순이다.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은 거의 다 망라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빠져 있다.
무엇을 말하나. 아마도 중국정책에 대해 또 다시 새로운 ‘리셋 버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중국이야, 바보야’(It’s the Chinese, Stupid!) 중간선거를 맞아 일부에서 제시된 선거모토였다. 확산되고 있는 미국 내 반(反)중 정서에 주목한 선거 구호다.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분쟁은 인도를 위한 경종이 되고 있다.” 인도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한국, 베트남, 일본 등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한결 같다. 중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평화굴기(平和?起)가 아닌, 군사력에 의존하는 중국의 팽창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또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이 상황에서 오바마의 순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배제한 채 가치관을 같이 하는 민주 동맹국 중심으로.
그래서 제기되는 관측은 이런 것이다. 이번 오바마의 순방외교는 과거와는 그 프레임이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일 것이라는 게 그 하나다. 보이지 않는 ‘중국포위’라고 할까. ‘중국 길들이기’라고 할까 하는 방향으로.
그 두 번째는 이번 아시아국 순방은 중국과의 새로운 힘의 균형을 추구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위상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된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게 또 다른 관측이다.
해외정책을 통해 오바마는 정치적 기사회생에 성공할까. 그 성공을 고대한다. 대통령의 성공은 전 미국의 성공이 될 수 있기에….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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