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들은 컴퓨터로 열심히 무엇을 보느라 부르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정신 없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여 가까이 가서 보니, 체크 무늬 모직 스웨터를 입은 미스터 로저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컴퓨터 속의 후레드 로저스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넋 놓고 보고 있었는데, 어느 새 딸아이도 함께 합석을 하여 미스터 로저스가 하는 말에 숨을 죽이며 듣고 있었다.
“다 큰 애가 뭐 이런걸 보느냐”는 질문에 아들은 어렸을 적 ‘Mr. Rogers’ Neighborhood’은 엄마가 가르쳐 주지 않은 모든 것, 새로운 물건들의 사용 방법, 일반 생활의 기본 상식, 예절 등을 가르쳐 준 TV 프로그램이라면서 지금도 컴퓨터에 저장을 해 놓고 그 때를 생각하며 자주 보곤 한다고 하니, 딸도 “맞아!”하며 맞장구를 친다.
돌이켜 보니 그렇다.
미국 생활이 생소한 상황에서 아이는 태어났고, 일은 해야 하는 형편이니 교육 방송 격인 채널 9을 아이에게 계속 틀어 주게 되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이 프로가 바로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고, 이 프로를 통해서 미국을 배우며 경험하게 되었다.
동생이 태어나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두 남매가 늘 함께 보면서 곧장 잘 따라 하며 미국의 문화에 적응되어 갔다.
서너 살 무렵, 아이는 갖고 놀던 작은 장난감들을 줄을 맞춰 정리 정돈 하며 무어라 하기에 무슨 소리인가 물으니 미스터 로저스가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고 하여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때 잘 배워 습관이 들어서인지, 지금도 혼자 사는 아파트에 가 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정리 정돈을 철저하게 해 놓고 살며, 이웃에 대한 예의, 예절이 반듯하여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요즈음 학생들은 사뭇 다르다.
’Mr. Rogers’ Neighborhood’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아서인지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않아서인지 정리 정돈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업 후에도 자기 물건이나 앉았던 의자조차도 아무렇게나 두고 교실을 도망치듯 떠나고, 심지어는 데리러 오시는 부모님들도 이런 상황을 묵인할 때가 많다.
사용한 컵도 책상 위에 그대로 놓고, 사용한 냅킨 또한 바닥에서 뒹굴어도 줍는 경우가 흔치 않고, 여럿이 모여 함께 간식을 할 때도 어른들이 들기 전에 불쑥 손을 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분명 함께 하는 간식이면 서로 적당 량을 나누어 가져가 먹는 것이 보이지 않는 약속인데, 주변 사람 생각 않고 혼자만 야금 야금거려도 주의를 주지 않으니 가끔은 교사로서 훈계를 하면 서운한 듯 몇 주 영 불편하다.
특히 한국 학교 수업 시간 지키기는 가장 어려운 듯, 첫째 시간 수업은 거의 자유 시간이 될 때가 많다. 수업 준비물과 숙제도 학부모님과 자녀가 서로 떠밀며 탓만 하면서, 모르쇠를 잡는다.
그러면, 이 학생들이 가정과 미국 정규 학교 생활도 이럴까?
대부분 부모님들께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대답하신다. 무엇이 어디에서 잘못된 것일까?
왜 한국 학교에서만 학생들의 행동이 이런 것이지?
교사들은 매 시간 목에 힘줄이 돋도록 목소리 높여 설명을 하고 부탁을 하며 “절대 하지마!” “절대 안 돼!”를 외치는데 왜 ‘절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다정하게 얼굴을 마주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을 하며, 몇 번씩이라도 몸소 행동으로 보여 주는 후레드 로저스가 문득 생각이 난다.
한번의 설명이 두 번째는 높아진 목소리 톤으로 하는 훈계로 바뀌고, 세 번째는 마지 못해 짜증 섞인 명령을 하는 권위 있는 교사로서 교실을 지키기에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며, 학년 초 우리 반 학생들과 함께 서약한 서약서의 내용에 다시 한번 나를 비추어 본다.
“우리는 세종한국학교 태극기 반입니다. 우리는 선생님과 모든 반 친구들을 존중하며, 우리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집니다. 한국 학교에 와서 많이 배우고 열심히 공부하며 숙제를 잘 하겠습니다. 학교의 약속을 지키고 훌륭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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