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돈을 딴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큰소리치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도 무역적자인 국가가 흑자를 낸 상대국에게 무역수지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많은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은 독도문제를 주장할 때 조금은 조심스런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최대 흑자국인 중국은 일본과는 정반대 입장일 가능성이 많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주변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자 중국의 한 고위관리는 ‘한국은 중국에서 돈만 벌어가지 결국 미국과 한편’이라는 식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다. 십분 이해가 되는 것이, 현재 중국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324억불)와 대일 무역적자(277억불)를 보면 중국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일본에게 갖다 바치는 형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한중 두 나라 사이에 영토분쟁이 시작되면 독도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있고, 그것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대중국 직접투자액이 매년 증가하면서 2009년 기준 약 4만여 개의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한국은 마치 “귀한 딸자식”을 중국으로 시집보낸 친정부모의 마음처럼 매사 노심초사하는 입장에 있다.
한국도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예외일 순 없다. 중국은 2002년 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고조선을 비롯한 고구려, 발해 등 한국의 고대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실시했고 또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52킬로미터 떨어진 전설의 섬 이어도(離於島: 중국명 쑤옌자오)를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도문제는 시민단체 수준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것만큼 그렇게 심각하게 대두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영토분쟁은 독도문제와는 달리 확실히 어려운 면이 있다. 감정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중국이 더 감정적으로 나올게 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하면서 조금씩 중국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한중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멀리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이웃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감정적 대응은 가급적 자제하고 대화를 통한 점진적 설득과 상호 이해가 최선일 것이다.
중국의 급성장과 관련해 ‘샌드위치론’, ‘역(逆)샌드위치론’이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인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 중국이고 또 올해 한중 무역규모는 한국의 제2위 무역상대국 일본(712억불)과 제3위 미국(667억불)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약 1,700억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2012년에는 2,000억불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필자의 기우일거라 믿지만, 앞으로 중국이 무섭게 한국을 추격함으로써 현재의 대중 무역흑자가 현저히 감소되는 동시에 대일 적자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는 그런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일본은 논외로 하더라도, 앞으로 중국은 미래에 한국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기침체로 몰아 갈 수 있는 ‘야누스(Janus)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았지만 한국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인해 일본경제가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은 미래 ‘한국의 국운(國運)’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독도문제가 대두되거나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월드컵 경기를 할 때 한국인들은 절대 좌우로 양분되지 않는다. 같이 생각하고 같이 행동하고 또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천안함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영락없이 좌우로 갈라진다. 이제부터는 독도와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그리고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가능한 국운을 염두에 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고조되면 될 수록 ‘국가차원의 대화합’이 가장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인들도 더 이상 이념적인 문제로 싸우면서 국민들을 좌우파로 가르지 말고 초당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며, 특히 우리 국민들 모두도 한 번 더 진지하게 국가와 민족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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