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펴보면, 이름도 시대를 따라 유행을 탄다. 자동차 이름, 교회 이름은 물론이고 사람 이름도 유행을 탄다. 한때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유행하다가, 고리타분한 생각이 드는 이름으로 생각해서인지 요즘엔 인터넷 세상이라 국적 불명의 이름도 많아지고있다. 독일 이름을 붙이는 한인들도 있고, 스페니쉬 이름을 붙이는 한인들도 있어, 세계는 인터넷을 타고 한 지붕 아래로 모이고 있다.
이름 속에 함유된 의미는 부모의 뜻에 따라 의미심장할 때도 있다. 작명가에게 의뢰해서 지은 이름이 뜻한 바대로 제값을 못할 때도 있다. 국가를 다스리라는 뜻으로 지은 ‘치국(治國)’이란 이름을 김씨 성에 붙였더니 ‘김치국’이 되어 다스리기는 커녕 김치독에 안빠지면 다행이다. ‘이억만’과 ‘김진창’은 싸우기만하면 엉망진창같이 들리고, ‘이억만’과 ‘박장자’가 결혼이라도 한다면, 금새 ‘억만 장자’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도 유행을 타서 한때는 새들 중의 맹수인 선더버드 (Thunderbird), 파이어버드 (Firebird) 등이 유행하다가, 들짐승들 중의 맹수인 쿠거 (Cougar), 마퀴스 (Marquis) 등이 나오기도 했다. 교회도 으뜸되기를 원했는지 ‘제일’이라는 이름이 한창 돌았는데, 유행을 다했는지 슬그머니 이름들이 바뀐다. 요즘엔 새롭다고 그러는지 ‘뉴 (new)’ 무슨 교회라는 이름들이 유행하고있다. 또한 인터넷 시대라 전자기기들 이름이 ‘아이 폰’ 등 ‘i’로 시작되고 있다.
1959년에 열명의 신입생들로 시작된 서울 공대의 원자력 공학과를 보면, 첫회 졸업생들부터 MIT 공대 등 명문 대학원으로 진학해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오늘날 한국 원자력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강창무, 임창생, 정창현, 강창순, 김창효 박사 등 MIT 출신들이 있고, 학부에서 전기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원자력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창건 박사는 한국 원자력 안전원장으로 재직했었다. 이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모두 ‘창’자가 들어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한국 원자력계에 진출하려면 이름 석자 중에 ‘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창’이 없다면, 하다못해 ‘철’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현재 한국 원자력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공대 원자핵공학과 과장을 맡고 있는 박군철 교수에다, 검정고시로 어린 나이에 들어와 졸업 후에는 곧장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이은철 교수, 그리고 한국일보에 과학 칼럼을 새롭게 연재하는 신철길 박사 등이 ‘철’파에 속한다. 창과 철, 이 분들이 한국의 원자력계를 이끌고 있으며, UAE 에 4기의 원자력 발전소 수출의 터전을 마련했다.
미국 시민권을 타거나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영문 이름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영어 이름일 경우 구직 과정에서 인터뷰하자는 연락이 전혀 생소한 외국인 이름을 가진 사람보다 많다고 한다. 영문 이름을 지을 때에는 특이한 한국인의 성과 맞춰서 미국인들의 혀가 자연스레 잘 돌아 가는 이름을 생각해 볼 만하다. 굳이 배달민족의 정신 계승을 위해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면 쓰기 쉽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고려해 볼 만도하다. 영어로 쓰더라도 미국인들이 제대로 발음하는 이름이 좋다.
남자 아이들의 이름은 성경의 구약보다는 신약에 나오는 이름이 젊거나 어리게 들린다. 예를 들어, 아들의 이름을 ‘모세’라고 지으면 영화 ‘십계’에 나왔던 찰톤 헤스톤의 수염 기른 백발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신약 성경의 ‘마크’라고 지으면 어딘지 모르게 어리게 들린다. 때때로 중국인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미국인들을 위해, YS, DJ 등 자신의 이름을 이니셜로 부르게 한다. 인도인들은 이름이 너무 길어 절반으로 잘라서 자신을 부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시민권을 타면서, 영문 이름을 ‘폴’이라 정했다. 단순하고 성경적인 의미에다 간단해서 였다. (사실 순수한 우리말 오는 영어에서 중모음인 오우의 경우 외에는 발음되지 않는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신약 성경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신앙의 아들인 ‘디모데 (Timothy)’라고 지었다.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왜 디모데라고 지었는지 설명해 줬더니 아들이 묻는다. 디모데의 아들은 성경에 안나오니 자신의 아들 이름은 무엇으로 지어야 하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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