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락’(Yerak)이란 크로스오버 음악 앙상블을 주목하기 바란다. 국악을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해 연주하는 ‘예락’은 캘리포니아 다인종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감성 코드를 제대로 건드리는 음악 그룹이다. 작년 9월 라크마의 한국관 재개관 오프닝에서 연주했을 때, 또 올해 8월 UCLA 파울러 뮤지엄의 한국도예전 오프닝에서 연주했을 때, 그 신선하고 독창적인 음악에 여러 사람이 매료됐던 것을 기억한다. 한국에서는 요즘 전통국악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 음악이 더 많아야 할 이곳에서는 도무지 들어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던 터, 이들의 혜성 같은 등장은 얼마큼 흥분스럽기까지 하다.
실력파 퓨전음악 그룹 ‘예락’ 동서양을 섞어
동양의 ‘예’와 서양의 ‘락’, 동서양의 예술과 즐거움을 한데 묶은 이름의 예락은 태동한 지가 불과 1년밖에 안 된다. 한국서부터 국악을 했던 오승훈과 임정연이 2009년초 우연히 만나 미국에서 새로운 퓨전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 그 시작,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생각을 가진 음악인들이 모여들었고 8개월을 준비해 작년 가을 창단했다. 처음에는 국악 크로스오버 위주였으나 브라질, 영국, 일본 등 다국적 연주자들이 합류하면서 음악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세계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월드 뮤직을 한번 해보자고 모였습니다. 국악과 재즈와 블루스와 보사노바가 한데 섞이고 녹아있는 음악을 만들어 다문화적 슬픔과 기쁨을 전달하고 호흡할 수 있는 음악 장르를 창조해보자는 것이죠”
오승훈 음악감독의 말이 조금 거창하지만, 허황되게 들리지는 않는 것은 예락의 멤버들이 모두 진지한 프로 뮤지션들이기 때문이다. 연주자 7명, 작곡 편곡자와 객원 보컬까지 합하면 14명에 이르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리더 격인 오승훈은 한양대에서 국악작곡을 전공했고, 임성연(해금)은 이화여대 국악과에서 해금을 전공한 후 국악 오케스트라에서 10년동안 단원으로 활약했던 실력파다. 중학 시절부터 밴드에서 활약했다는 최윤석(피아노, 하모니카)은 할리웃의 뮤직 인스티튜트(MI)에서 키보드와 색서폰, 레코딩을 전공했고, 김지웅(첼로)과 윤세종(피리)은 추계음대 각각 첼로와 피리를 전공했다. 브라질 출신의 마테우스 폴리(기타)와 영국인 사이먼 스미스(더블 베이스), 일본 출신의 히로 나가노(드럼) 역시 모두 각기 음악 밴드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페셔널 연주자들.
이 외에 보컬로 남가주에서 활동하는 정통 판소리꾼들인 서훈정, 김성이, 이동혁 등이 객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작곡과 편곡은 음악감독 오승훈과 함께 우디 박, 이상목, 강종희가 맡고 있는데 이들도 피츠버그 대학, 카네기 멜론 대학 등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음향엔지니어와 영화 및 광고음악 프러덕션에서 일하는 등 대단한 이력을 자랑한다.
‘한 오백년’이나 ‘새타령’을 메인 멜로디의 뼈대는 놔둔 채 재즈 스타일로 바꾸기도 하고, 산조에서 기인한 즉흥 연주를 넣기도 하는 이들의 음악은 우선 흥겹고 재미있다. 특히나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유는 DNA에 새겨져있는 한국의 소리가 컨템포러리 연주로 되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리듬 위에 국악기를 믹스업 해서 한국문화가 얼마나 잘 섞이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우린 모두 예락의 고유색깔로 캘리포니아의 문화에 기여하려는 강한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주가 탄탄한데, 그래서인지 출범하자마자 연주활동 경력이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작년 9월 라크마 한국관 오프닝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10월에 한국문화원에서 제1회 정기공연을 가졌고, 올해 초에는 일본문화원의 3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공연했다. 이어 포드 앰피디어터에서 열린 무용가 최원선 공연에서 게스트로 공연했고, 지난여름 파울러 뮤지엄의 한국도예전 오프닝에도 초청돼 야외무대에서 연주했다. 그리고 지난 달 1일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두 번째 정기공연은 여러 번의 큰 무대 경험이 집약된, 창작곡도 세곡이나 발표한 꽤 성공적인 콘서트였다.
“연주가 끝났을 때 과반수이상이 일어나 열정적으로 기립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한인들은 연주회에서 늘 조용한 편인데, 깜짝 놀랐고 너무 기뻤어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창작곡을 몇 곡 더해 8월쯤 첫 앨범을 출시할 계획이다. 빌보드 월드 뮤직이나 이지 리스닝 부문에 어필해볼 생각도 하고 있다니, 세계를 향한 젊은이들의 열정에 제2의 FM(파이스트 무브먼트)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까?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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