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에 찌드는 청소년들
과음과 폭음은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내 청소년들의 음주문제가 심각하다. 알콜뿐 아니다. 마리화나 흡연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CDC(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청소년들의 음주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청소년, 성년 초반 인구의 4명 중 1명꼴로 폭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또 최근 나온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인사불성이 될 정도의 잦은 음주습관, 마리화나 흡연은 학습능력, 뇌 손상까지 이어지며 어른이 돼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문제는 음주를 큰 건강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점이다. 또한 지나친 음주는 음주운전이나 원치 않는 임신 같은 문제나 신경 손상, 암, 간 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 음주문제 심각하다
CDC의 정의에 따르면 지나친 폭음(binge drink)은 약 2시간 동안 여성은 4잔 이상, 남성은 5잔 이상 연달아 마시는 것을 말한다.
알콜 남용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알콜 남용(alcohol abuse)이 심해지면 알콜 의존(alcohol dependency)에 이르게 된다.
CDC에서 지난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성인 3,300만명 이상이 폭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15년간 줄지 않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음주문제가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음주인구 중 3분의1이 성인, 3분의2가 고등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및 성인들은 CDC가 규정한 폭음의 음주 양보다 더 많은 평균 8잔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CDC의 소장 토마스 프리든 박사는 “고등학생들의 알콜 소비율 90%가 폭음이며, 성인들도 절반 이상의 알콜 소비가 폭음으로 소비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폭음은 건강, 사회적 문제”라며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음주 또는 폭음을 알콜 중독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DC 산하 국립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 증진센터의 알콜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로버트 브루어 박사는 매년 음주와 관련된 사망건수는 7만9,000건이 보고됐으며 이중 약 50%가 폭음 때문이라 설명했다.
또한 CDC는 폭음이 음주운전 사고, 음주 폭력사고, 총기사고, HIV 전염 매개체, 성병 전염,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음주는 간 질환, 암, 심장질환, 뇌졸중, 기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이 정기적으로 폭음하면 태아 알콜 증후군(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s), 선천적 장애아나 미성숙아 출생을 할 수도 있다.
미국 내 청소년, 성년 초반 인구의 4명 중 1명꼴로 폭음을 하며, 현 음주인구 중 폭음을 가장 많이 하는 그룹은 18~2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MRI로 촬영된 일반인의 건강한 뇌 모습(위)과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의 뇌 모습.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뇌세포를 연결하는 미세한 신경 다발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CDC‘음주구분’
과한 음주습관은 생활습관과 관련된 미국 내 사망원인 3위를 기록하는 위험한 생활습관이다. 2005년에만 폭음 때문에 160만명이 병원신세를 졌으며 400만명이 응급실을 방문했다.
기본적인 술 1잔은 12온스의 일반 맥주나 와인쿨러, 8온스의 맥아주, 5온스의 와인을 말한다. 진이나 럼, 보드카, 위스키는 1.5온스에 해당한다.
남 5잔 이상‘빈지’
여 매일 1잔‘헤비’
CDC에서는 음주 패턴을 ‘binge drinking’‘heavy drinking’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한국어로는 폭음 또는 과음으로 번역된다. ‘빈지 드링킹’은 여성은 4잔 이상 남성은 5잔 이상, ‘헤비 드링킹’은 여성은 하루 평균 1잔 이상, 남성은 하루 평균 2잔 이상을 말한다.
미국인을 위한 영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술은 적당하게 마시되 여성은 하루 1잔 이하, 남성은 하루 2잔 이하를 권하고 있다.
술버릇·음주폐해
자녀 눈높이 대화
청소년의 경우 정기적으로 심한 폭음을 주기적으로 하게 되면 아침에 찾아오는 숙취도 오래간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MRI 스캔검사를 통해 과음을 정기적으로 하는 청소년의 뇌를 찍어본 결과, 뇌신경 손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발표된 CDC 보고서는 지난해 18세 이상 41만2,000명과 14~18세 1만6,000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동위험 요인 시스템과 국립 청소년 행동위험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이 2배가량 여성보다 폭음을 자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성인의 경우 수입이 7만5,000달러 이상일수록 폭음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프리든 소장은 “수입이 충분해 술을 더 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건강 위험은
정기적인 지나친 과음은 만성질환을 부르며 치매 같은 신경손상도 불러올 수 있다. 치매, 뇌졸중, 신경병증 등 위험을 높인다. 또한 고혈압을 비롯한 심근경색, 심방세동 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도 불러올 수 있다.
우울증과 불안, 자살 등 위험을 높이며, 알콜성 간염, 간경변증 같은 간 질환 위험도 높인다. C형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지나친 과음을 정기적으로 하면 간 기능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입, 혀, 목구멍, 식도, 간, 대장, 유방 등 암 발병위험을 증가시킨다.
■지나친 음주, 머리 나빠질 수도
뉴멕시코 의과대학 로버트 토마 정신과 교수 연구팀은 ‘알콜 중독: 임상실험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 최신호에서 알콜 남용, 마리화나 흡연을 한 그룹은 술을 마시지 않고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는 또래들보다 전체적인 학습능력 점수, 기억력 등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알콜 남용이나 마리화나의 지나친 중독은 신경심리학적 손상을 불러오며, 고등학생이라도 성인 알콜 중독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너무 일찍 지나치게 과도하게 폭음해 마시면 후에 성장해서도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는 것.
한편 술이나 마리화나를 하지 않는데도 부모가 알콜 중독자인 경우는 테스트 결과 공간 시각적 능력에서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공간 시각적 능력은 비언어적 사고 능력으로 건축, 음악, 아트 등 창의성을 추구하는 과목들과 연관돼 있다.
연구팀은 12~18세의 48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3그룹으로 나눠 연구했으며, 19명은 음주 및 마리화나를 피웠던 그룹, 15명은 건강한 그룹, 14명은 건강하고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부모가 알콜 중독인 경우 등으로 나눠 조사했다. 알콜, 마리화나 사용 그룹은 알콜 중독 또는 알콜 의존도를 측정했다. 19명 중 12명은 마리화나 의존도를 검사했다.
음주 및 마리화나 사용 그룹은 다른 그룹들 학생들보다 나이가 평균 2세 정도 나이가 많았으며 하루 6~20잔 정도 술을 마셨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의사 결정, 집중력, 미래 계획 등을 실행능력을 평가한 결과 연구기간 90일 중 30%를 술을 마시는데 시간을 보냈으며, 40%는 마리화나를 피우는데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문가는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들이 학업이 떨어져서 술을 마셨는지, 술을 마시기 때문에 학업능력이 떨어졌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운전면허·진학시기 술과 접해
어릴때 알콜 남용 중독 증세도
■과음이 부르는 응급 건강위험은
부상위험, 낙상, 익사 등과 특히 음주운전, 총기사고를 부를 수 있다. 성병이나 원치 않는 임신 등 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다.
또한 급성 알콜중독을 부를 수도 있다. 알콜의 혈중농도를 급속히 높이고 중추신경과 호흡중추를 마비시켜 의식을 잃게 만들거나 저혈압 및 저체온증을 불러 의식불명,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호흡기 곤란 등을 불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급성 췌장염 역시 과한 음주가 큰 원인이다.
담즙이 췌장 안으로 역류해 췌장조직에 염증을 유발해 췌장이 터져 주변 장기를 녹이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복부 위쪽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통증이 어깨, 가슴, 등 쪽으로 퍼져나간다. 증상이 심하면 구토나 열, 식은땀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녀와 대화하라
청소년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거나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올라가면서,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면서 술과 접하게 된다. 집이나 학교에서의 과한 스트레스나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폭력, 부모의 알콜 중독 등 역시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먼저 부모는 자녀의 눈높이에서 음주문제를 다룰 것을 조언하고 있다. 술이 왜 위험한지, 술로 인한 건강문제들을 설명하는 것도 좋다. 특히 술을 마신다고 해서 학교에서 인기 있는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꿔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알콜은 우울증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래가 술을 권할 때는 분명히 반대의사를 말할 수 있게 지도한다. 만약 부모가 술을 적당하게 마시는 쪽이라면 지나치게 폭음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지나친 폭음은 음주운전, 원치 않는 임신, 성병에서부터 간 질환, 암, 심장질환, 뇌졸중, 기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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