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미국으로 발송된 항공화물에서 알-카에다 테러 수법의 특징을 담은 폭발물이 잇따라 발견돼 미국과 영국, 두바이 등 세계 각국에 테러 비상이 걸렸다.
주요 국가들은 공항과 항공기 수화물에 대한 보안 검색을 대폭 강화했고 폭발물을 발송한 용의자를 잡기 위해 국제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 항공화물로 위장한 폭발물 = 영국 경찰과 정보국은 29일(현지시각) 이스트미들랜즈 공항에 중간 기착한 한 국제운송업체 화물기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을 발견했다.
컴퓨터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로 가장한 이 물건에는 작은 회로기판과 전선들이 붙어 있었고 흰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예멘에서 발송된 이 화물의 배송지는 미국 시카고의 한 유대교 예배당(시나고그)으로 돼 있었다.
이후 두바이 공항에서도 역시 예멘발 미국행 항공기 화물 가운데 프린터 카트리지로 위장한 폭발물이 발견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믿을만한 테러 위협’이 적발됐다며 초기감식 결과 이 화물에 폭발 물질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의 배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예멘의 알-카에다 지부 소행이라는 확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 美.英.두바이 등 관련국 공조 수사 = 미국은 물론 항공화물 발송지인 예멘과 폭발물을 발견한 영국, 두바이 등에는 테러 비상이 걸렸고 각국 정부는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30일 "영국에서 발견된 장치에 폭발성이 있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과학수사팀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일명 ‘코브라’로 불리는 비상각료회의를 29일에 이어 30일에도 긴급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예멘 사바(Saba) 통신에 따르면 예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사건 수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영국, 미국 등 관련국과의 공조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 경찰도 수사에 들어갔다.
◇ 美 항공보안 대폭 강화 = 미국을 중심으로 항공 보안 검색에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필요시까지’ 항공기 운항 보안검색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항공기 보안검색을 무기한 강화하기로 하면서 미국행 항공기를 이용하는 전세계 승객들의 불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화물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이날 예멘에서 수화물을 실은 뒤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던 에미레이트항공 여객기가 미국 전투기의 ‘이례적인’ 호위 아래 뉴욕 J.F.케네디 공항에 착륙한 뒤 화물과 승객 수하물에 대한 보안검색이 진행됐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항공은 중동행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운항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항공화물의 발송지인 예멘에서도 삼엄한 경비와 검문.검색이 진행되고 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된 가운데 보안요원들이 신분증 검사와 차량 검색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무장 경찰들이 순찰을 벌이고 있다.
각 공항과 항구에서는 항공 화물과 선박 화물 검색도 강화됐다.
◇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 수법" = 이번 사건의 배후가 알-카에다 예멘 지부라는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두바이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폭발물이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의 수법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두바이 경찰은 성명을 내고 "항공화물의 컴퓨터 프린터 잉크에서 폭발 물질이 발견됐다"며 "프린터 안에 숨겨진 휴대전화 SIM카드에 전자회로판이 연결돼 있는 등 기기가 전문적인 수법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기기의 제작 방식이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 집단이 이용했던 수법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기기 안에 들어 있던 물질이 작년 성탄절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폭파미수 사건에서도 이용된 고성능 폭발물질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라고 밝혔다.
◇ 알-카에다 주목 = 현재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단체는 없다.
하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이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의 소행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QAP는 작년 성탄절 나이지리아인 용의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벌인 미국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폭파 미수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었다.
미국 정부는 작년 초 알카에다가 예멘과 사우디 아라비아 지부를 통합해 AQAP를 결성하자 알 카에다의 위협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예멘 정부에 촉구해 왔다.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각국의 항공화물 보안검색 절차나 보안 당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시범적’ 행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두바이.사나<예멘> AP.AFP=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