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를 두고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향후 일본은 차츰 한국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많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결속을 이전보다 좀 더 강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그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몇 년 전, 영국 BBC방송이 독도문제를 다루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중 일본 쪽에 좀 더 가까운 듯하다. 현대자동차, 한국경제 등 영국의 TV방송과 언론매체에 실리는 한국관련 기사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예로, 2008년 뉴욕 발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아무런 근거 없이 가장 큰 목소리로 부추겼던 대표적인 해외언론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였다. 그런 영국이 몇 년 전 독도와 관련해 뜻밖에도 다소 객관적인 시각에서 방영하였다. BBC 방송의 주요 내용은 삼성, 현대 등 한국의 대기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한국경제가 일본을 바짝 뒤쫓아 오기 때문에 일본이 계속 독도문제를 걸고넘어진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것이,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는 이미 2005년 실적에서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전자업체 신화였던 소니를 멀찌감치 제쳐버렸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이 엄청난 충격에 빠진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2009년 3분기 일본 주요 9개 전자업체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총액이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967년 창립 이후 현대자동차는 주로 포드자동차를 조립, 판매했지만 1975년 자체모델 포니를 출시할 때에는 일본의 미쓰비시 엔진을 장착했다. 그 후 80년대 현대자동차가 고속성장을 거듭하자 일본 언론에서는 ‘새끼호랑이’를 키웠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2010년 현재 그 새끼호랑이는 폴크스바겐그룹, 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세계 5위로 부상한데 반해 2009년 푸조-시트로앵과 합병설까지 나돌았던 미쓰비시자동차는 세계 15위에 머물러 있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경기침체를 두고 ‘잃어버린 10년’으로 비유했지만 이제는 별 주저 없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한다. 일본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이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자동차, 선박, 반도체, 철강은 물론 지금은 리튬이온 2차 전지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2005년만 해도 일본 업체들의 제2차 전지 세계시장점유율은 독보적이었으나, 2010년 9월 현재 세계시장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올해 말쯤 일본을 제치고 이 분야에서도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8월 말 한국은 세계 리튬매장량의 절반이 묻혀있는 자원대국 볼리비아와 리튬개발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실로 국가적인 경사였다. ‘제2의 석유자원’으로 간주되는 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의 핵심원료로 사용된다. 더구나 21세기에는 세계자동차업계가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일본,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리튬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야말로 미래 한국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것이다.
앞으로는 일본보다 중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課題)로 다가올 것이다. 향후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이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다소 막무가내식의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현재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민주주의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분명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들 중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전통 우방국으로 간주하기도 힘들다. 한중 두 나라 사이에는 항상 북한이란 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 과정도 복잡하겠지만,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 EU나 NATO와 같은 정치, 경제협력기구가 설립될 경우 독도문제와 같은 영토분쟁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서유럽에서 영토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도 EU와 NATO의 실질적인 역할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한중일 3국이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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