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위임장 오남용에 의한 피해 상담수가 부쩍 늘었다. 누구든 불의의 사고, 질병 또는 노환 등으로 분별, 판단, 조절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많은 혼란과 문제들을 대비해 권리대행을 승인하는 위임장을 작성한다. 권리대행의 전제는 권리를 위임받은 대행인이 오로지 위임자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 권리를 대신 행사하겠다는 상호간의 약속이다. 권리를 대행함에 자기 자신의 이해와 이익이 결코 위임자의 이해와 이익에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권리행사를 위임받은 대행인이 유사 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임받은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fiduciary duty’를 수행하지 못한데 대한 문제가 야기된다. 이러한 권리남용엔 위임자의 사인을 위조하거나 노인을 대상으로 위임장 작성을 강요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놀랍게도 위임의 오남용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본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들이 이를 경찰서나 유사기관에 보고할 경우 민사사건이니까 변호사에게 의뢰하라는 형식적 답변을 얻곤 한다. 그러나 권리대행의 오남용은 민사임과 동시에 성질과 상황에 따라 형사처분이 가능한 엄연한 범법행위로 간주된다.
위임장의 종류나 성격은 가지가지다. 굳이 법원수속이나 위임자의 실행정을 직접적인 감독 없이 대행할 수 있다는 것은 복잡한 법원 절차에 따른 비용지출을 막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을 악용해 범법행위를 초래하는 것은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쉽게 생각하고 적당히 작성해 남발된 위임장을 ‘도둑질 면허증’(license to steal)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방씨 노인은 85세로 최근 위임장을 작성하며 아들을 대행인으로 명시했다. 위임장이 작성된 지 두주가 지나 아들은 방씨와 상의 없이 방씨 소유 주택을 매각했다. 아들은 이 돈을 방씨 통장에 입금시켰고 이 돈을 지속적으로 빼 쓴 결과 1년 만에 통장은 바닥났다. 대부분의 돈은 기울어가던 자신의 비즈니스 경비와 사치품 구입에 사용됐다.
방씨 딸이 동생의 비리를 발견하고 지역 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변호사를 사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딸을 돌려보냈다. 변호사를 고용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딸은 비영리 단체를 찾아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고 방씨는 결국 2개월 뒤 세상을 뜨고 말았다.
또 다른 예는 근래 들어 몇몇 경미한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72세 김 노인의 경우다. 김 노인은 집안일은 얼마든지 혼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위임장이 유사시 권리대행을 승인하는 법적 문서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아직 완연한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으나 김 노인이 때때로 판단에 충동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근래 들어 별로 친분도 없는 한 지인에게 자신의 주된 부동산을 증여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이를 염려한 가족들은 위임장을 작성해 김 노인의 결정과 이행을 막아보려 했으나 요즈음 들어 부쩍 의심이 많아진 김 노인은 아무 것도 서명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긴 시간과 많은 경비를 요하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아직 건강할 때 위임장을 작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리 작성할 경우 위임장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기를 본인이 더 이상 또렷한 사리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의사의 의학적 소견이 있을 때에만 효력을 발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대행을 원치 않는 권한을 명확히 밝혀두면서 권리대행 때 준수사항 등도 자세하게 설정할 것을 권한다.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든지 위임장을 작성할 수 있다. 작성 때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한다. 가주는 타주와 달리 13가지 권한에 대한 대행을 허락한다. 필요에 따라서 위임자의 메디-칼 수혜에 유리한 지역으로 주거지도 이전할 수 있고 메디-칼 징수를 방지하는 서류 보안도 작성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위임장 작성 시기는 개인의 필요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미루지 말 것을 권한다. 판단과 조절 능력을 상실해 가는 시점에서 작성된 위임장이나 몸을 의탁하는 처지에서 작성된 위임장은 주위로부터의 압력이나 영향을 받았다고 간주돼 합법성을 따지는 법정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의 (714) 739-8828
김진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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