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그 목사를 다시 만났다. 몇 달 전 기자의 칼럼을 읽고 대화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와 처음 얼굴을 본 후로 두 번째다. 그와의 만남은 청신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어 즐겁다.
젊은 시절 한국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부부가 함께 시골에서 농촌운동을 하며 학생들도 가르쳤던 그는 노숙자들을 위한 교회를 열고 9년째 부인과 함께 지극정성으로 그들을 섬긴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30분이면 오렌지시 셰이퍼 팍의 미팅룸에 모여 예배를 본다. 개보수를 하던 다른 공원에서 모였으나 완공 후 몰려든 주민들이 자신들의 휴식공간을 뺏겼다고 불평하는 바람에 넉달 전 장소를 옮겼다. 이번에는 돈을 내고 1시간 반 동안 방을 빌린다.
예배 전후로는 커피타임과 브런치를 즐긴다. 인근 식당에 통사정해 음료 포함 7달러인 메뉴를 5달러로 깎았다. 배식에만 익숙한 그들이 웨이트레스의 서빙을 받으며 교제하는 식탁은 ‘작은 천국’을 누리는 시간이다.
매달 1,000달러에 가까운 고정비용이 들지만 그는 여기저기 손 벌리지 않고 몇몇 교회와 교인들의 도움만으로 조용히 이 일을 꾸려 왔다. “도네이션 받는 게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돕는 이가 없었을 때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 했으나, 다행히 지금은 예배장소 대여비와 식대를 댈 정도의 지원은 들어온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동창이 “네가 진짜 목사”라며 돈을 주기도 한다. 커피와 도넛, 샐러드를 사는 것은 여전히 그의 몫이다.
예전에 모이던 공원에서 갈비를 구워 줄 때는 60여명까지 몰렸으나 지금은 30여명이 모인다. “노숙자들은 대부분 악착스럽지 못하고 순수해 경쟁에서 밀린 언저리 인생”이라는 그는 예수 사랑으로 그들을 품으면서 “손에 성경을 들면 당신들은 순회 전도자”라고 격려한다.
한때 큰 비즈니스도 했던 그는 사업 실패 후 9년째 애오라지 이 사역에 매달리느라 집을 판 돈 30만달러마저 생활비로 다 쓴 지 오래다. 올 초 부담이 적은 노인아파트로 이사했지만, 부부의 크레딧 카드에 차 있는 빚이 3만달러나 된다. 그는 소셜연금으로 생활하면서 매달 얼마씩 채무를 갚아 나간다. 하지만 그는 어느 시 구절처럼 ‘가난하나 외롭지 않고, 무력하나 약하지 않다’. “기사를 쓰고 싶다. 사진을 찍게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나를 자랑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그는 자기 주변을 비추는 빛이다. 그의 희생에, 자녀들도 ‘교회 십일조 외에 아버지에게 십일조를 내는 것으로’ 동참한다.
그는 58세에 늦깎이 목사가 되어 이 고독한 길에 들어섰다. ‘사업이 아닌 긍휼사역의 달란트’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았음을 다시 자각하고 초심을 회복했기 때문이란다. “샤워는커녕 손도 잘 씻지 않는 그들이 여름에 덥석 손을 잡을 때는 역한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지요. 어떻게 9년간 이 일을 해 왔는지… 기적 같아요. 하나님께서 어려운 이웃들을 긍휼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주셨기에 순종할 뿐입니다. 이 길에는 수백만달러를 가져도 누릴 수 없는 만족과 감사가 있거든요”라고 하며 그는 웃는다.
그는 자신이 믿는 ‘세리와 죄인의 친구’ 예수를 오롯이 따라가는 이 길의 기쁨을 “그들과는 달리 나는 옷과 집과 잠자리가 있지 않느냐. 그들을 생각하면 수백만달러를 가져도 소유할 수 없는 감사와 만족을 느낀다. 남들은 ‘좋은 일 한다’고 하지만 실은 이 일을 하다 보니 내가 행복해진다. 선행은 궁극적으로 자기를 위한 것이다”라고 표현한다.
그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크리스천들이 자식 잘 되고 사업 성공하기만 바라는, 헌금 내면서 몇 배를 기대하는 ‘돈 놓고 돈 먹기’식 신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새벽기도, 교회봉사, 십일조 하는 것이 곧 믿음이라고 착각하는 게 안타깝다. 빛과 소금이라면서 교회 사역에만 얽매여 세상과 소통하며 긍휼을 베풀 시간이 없다. 믿음의 표시는 다름 아닌 행함이다”라는 그의 말과 실천이 한인 교회와 크리스천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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