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에서 ‘증거 개시 절차’(Discovery)에 대해 서술한 바 있다. 증거 개시 절차는 재판을 하기 전 쌍방이 소유하고 있는 증거물이나 증인의 존재를 사전에 서로가 ‘증거 개시-발견’하여 미리 승산이 없는 재판은 포기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서(Interrogatory)를 통해 상대의 법적 주장과 소유하고 있는 증거물, 증인의 존재를 확인하여 증거물의 사본을 요구(Production Demand)할 수 있고, 증인을 선서증언 (Deposition)에 불러내 양측 변호사의 입회하에 질문을 하고 그 질의문답을 법원에서 인증한 속기사가 기록하여 책자를 만들도록 하여 증언을 미리 받아두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그 선서증언 (Deposition) 절차에 관하여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원고와 피고는 물론이고 현 분쟁에 대하여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제3자마저도(증인으로 채택되기 전에도) 변호사 사무실로 출두하게 하여 상대방 변호사의 입회하에 질문을 할 수 있다. 이것을 영어로는 ‘deposition’이라 하며 한국어로는 선서 증언이라고 일컫는다. 위증을 안 하겠다고 법원에서 임명한 속기사 앞에서 선서를 하고 하는 증언이라서 그렇게 불린다.
상대방 증인을 재판 전에 불러내어 자발적으로 증언을 하게함으로써 사전에 변호사와 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안 준다는 점이 이 절차의 장점이다. 피고나 원고 역시 재판에서 증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절차의 대상이다.
또한, 비록 변호사 사무실에서 증언을 하지만 법원에서 하듯이, 만일 거짓 증언을 할 경우 위증죄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를 한 상태에서 증언을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답을 해야 한다. 물론 노련한 소송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의 질문을 예측하여 미리 준비를 시키고 심지어는 연습까지 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질문을 여러 측면에서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은 코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질문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거기다가 재판 시와 달리 선서증언 시에는 질문할 수 있는 분야가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모든 질문을 예측하기는 더 더욱 어렵다. 반면 이 절차의 단점은 비용이다. 변호사의 시간뿐 아니라 속기사 비용(하루 약 1,000달러) 및 통역사 비용(하루 약 600달러)까지 포함하면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재판이 생소한 한인들에게는 이 절차야말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적인 소송 변호사들은 이 절차를 원고나 피고를 혼내서 소송을 포기하게끔 유도하는 도구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영어를 구사 못 하는 증인에게는 법정 통역자격증이 있는 통역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통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곤혹을 치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인의 주장이 확고할 경우에는 이 절차를 꺼릴 필요가 없다. 이 절차를 몇 번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도리어 즐기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 측에게 본인의 확고한 주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선서증언을 조리 있게 잘 했을 경우에 증인을 부른 쪽이 도리어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절차를 재판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증거 보존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절차의 또 하나의 장점은 말 그대로 “증거 보존”이다. 만일 중요한 증인이 있는데 타주로 옮겨 가서 재판 시 법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지역 을 벗어날 경우 속기사가 기록해 놓은 책자에 있는 내용을 증언으로 대신 채택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소송이 오래 걸려 재판을 할 당시 증인이 중요한 내용을 상세히 기억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상대방 측에게 매수되어 증언을 바꾸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재판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증언은 이 절차를 통해 미리 받아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 나중에 증언을 바꾸더라도 선서증언 때 한 증언으로 반증함으로써 그 증인의 신뢰성을 공격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모두 위증죄 때문에 곤혹을 치렀듯이 미국사람들은 선서 증언 시 거짓말을 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우리 한인들이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우리 속담처럼 함부로 거짓증언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의 (213)480-0440
데이빗 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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