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65회 8.15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 ‘공정한 경쟁’ ‘공정한 공동체건설’ 등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선진국에로의 길을 추구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정이 모든 분야에 편만해야 한다는 공정사회론을 제창하였다. 아마 한국에 현존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혜택의 불공정, 대기업·중소기업 경쟁의 불공정, 신분·지위 대접의 불공정 등을 염두에 두고 선진화의 방해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역설했을 것이다.
공정사회론 제창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이 불공정하다고 인정하는 여론이 70% 내외로 로 국민의 3분의2이상이 이에 동조하고 있는 현상은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른 시일 내에 성취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불공정함이 사회에 편만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정사회론 제창 이후 한국일보사가 20명의 전문가들에게 조사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정의 내용과 관련해서 ‘정의’ ‘공평성’ ‘기회균등’ ‘순리’ 등의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어찌 보면 공정사회론의 공정이라는 개념은 구체적으로 설명을 덧붙이지 아니 하더라도 누구나 머리 속에 그 윤곽이 그려지겠지만, 그러나 막상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리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들도 과연 공정이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한국이 그 기준에 맞추어 불공정하다고 답한 것인지는 애매함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이라는 단어는 한영사전에 의하면 ‘Justice, Fairness, Equity, Impartiality’ 등으로 영역돼 있다. 이 4개 단어 중에서 ‘Justice’가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한국을 지향하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에 좀 더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면 공정(Justice)의 내용, 아니 그 근본 원리는 무엇인가? 조금 철학적이고 윤리학적인 차원에서 질문해 본다고 할 것 같으면 아마 20세기 미국의 최고 도덕 철학자인 존 롤즈(John Rawls, 1921-2002)의 저서 ‘공정론’(A Theory of Justice)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것이 개념정리에 빠른 길일 것이다.
먼저 공정의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공정을 논의하고자 하는 대상, 즉 자세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공정의 대상은 지위(Positions)와 혜택(Benefits) 등 2차원으로 나누어진다. 지위가 인간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혜택은 그 지위에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후천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어서 롤즈는 2개의 공정원리를 제창하고 있다. 첫째 원리는 근본적인 지위와 관련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본자유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평등한 기본 자유란 민주주의사회에서 보편타당하게 주어지고 있는 기본자유를 뜻하며, 남의 기본자유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신장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둘째 원리는 첫째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주어지는 혜택의 측면에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Social and Economic Inequalities)이 허용되는 것은 다음 2가지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원리이다. 제 1조건은 기회의 평등(Equality of Opportunities)이 좀 더 나은 사회적,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주어지는 조건이다. 제 2조건은 사회에서 최소 유리한 자들에게 최대 기대혜택을 줄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공헌하는 조건이다.
존 롤즈의 원리를 통해 전략적인 공정사회 정책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의 평등한 자유와 관련된 평등한 권리가 모든 한국 사회 구성원에게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억지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평등으로 뜯어 고치는 것보다는 기회의 평등을 모든 사회구성이 누릴 수 있도록 교육, 훈련, 인프라 등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소 혜택자가 최대 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파이를 크게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백 순 / 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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