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12일, 13일 두 밤에는 12시가 넘어서야 취침하게 되었다. ‘칠레 33인’의 기적과 같은 구조 작업에 대한 BBC와 CNN의 방송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본 까닭이다. 그들이 산호세 구리 광산에 들어갔다가 광산이 매몰된 것은 8월5일었는데 처음에는 그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어 가족들만이 아니라 모든 칠레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었다.
17일 만에 ‘33인 전원 다 무사하다’라는 쪽지가 올라오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구출 작업이 시작된다. 광산 부근에는 ‘희망 촌락’이 세워져 가족들과 구조대원들의 동정이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는 가운데 12월 말쯤이나 구조될 것이라더니 두 달이나 앞당겨 전원 무사히 완전무결하게 구출되는 감동의 드라마를 펼친 것이다.
세바스챤 피녜라 대통령을 위시하여 광산, 보건 장관들 등이 직접 관여하여 만들어진 구조 작업은 완전 성공으로 끝나 광부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을 안겨 준 것에 더해 칠레의 국위를 빛나게 했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거의 700미터 깊이의 구멍을 파고 그 구멍에 피닉스(Phoenix·불사조)라 이름 붙여진 구조캡슐을 내려 보내 하나씩 광부를 태워 끌어 올리는 장면은 손에 땀이 쥐어지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가족들과 구조 관계자들과 더불어 피녜라 대통령 부부가 하나하나씩 그들을 포옹하는 광경은 산전수전 다 겪었고 또 직업의 윤리상 객관성을 유지해야 되는 TV 기자들마저 눈물을 흘리도록 했다. 특히 외부와의 연락이 끊겼던 처음 17일 동안 동료들을 격려하여 희망을 잃지 않게 했던 루이스 우르주와 작업 반장이 마지막으로 구조되어 나온 장면과 구조대원들 다섯 명이 ‘사명 완수’라는 표어를 보이면서 하나하나씩 올라오는 장면도 쉽게 잊을 수 없다.
절망하기 쉬웠을 때 처음 17일 동안 우르주와는 참치 깡통에서 한 사람이 두 숟갈씩만 먹게 한다든지 계속 몸을 움직이도록 하는 등 목적 있는 일과를 요구하여 그들이 발견된 다음에 취해진 영양과 약품 섭취나 운동과 오락 프로그램의 효과와 더불어 그들이 비교적 건강하게 69일 동안의 지하 굴 생활을 성공적으로 살아남게 만든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희망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피녜라의 현장 지휘를 보면서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일가 독재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아직 임기 1년도 못 채웠다는 피녜라는 이 극적인 구출로 인기가 충천하다는 보도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김씨 왕조의 세습과 노동당과 군부를 업은 개인숭배에 기초한 일인 독재의 지속을 자신들의 최대의 목적으로 삼아왔다. ‘강성대국’과 핵무장은 북한 인민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김씨 왕조의 영속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영양이 좋은 모습이 특권층이 산다는 평양 인근 지방을 빼놓은 북한 일반 시민들의 메마른 체구와 오버랩이 된다. 구출이 어려워보였지만 성공적으로 끝난 산호세 탄광의 기적처럼 북한 인민들이 김정일 암흑 세상에서 극적으로 구출되는 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구출된 광부들은 칠레의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대통령궁에도 초대된 상태다. 대통령은 광부들과 구조대원들이 축구시합을 하라고 농담한다. 이기는 팀은 대통령궁에서 생활을 하게 하고 지는 팀은 광산으로 보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33인의 광부들과 그의 가족들이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몇 십 만 달러씩 가지게 되었으며 책과 영화의 제의를 받아들이면 백만장자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얼마 안 있어 그들의 집은 신문기자 등 그들의 스토리를 전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다시피 할 것임으로 그들에게 미디어를 다루는 방법을 코치하는 전문가도 있단다. 그리고 한 광부는 교회에서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원망하는 25년째의 아내에게 교회 결혼을 약속하는 흐뭇한 에피소드를 남긴다. 그런가 하면 다른 광부는 구조 현장에 부인과 애인이 함께 나타나는 희극을 보여주어 이들의 장래가 다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을 예고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광부의 안전을 광산회사의 이익보다 더 높은 우선 순위에 두도록 제도를 고치는 일인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은 인간 역사의 경험이다.
30여 년 만에 재선을 노리지만 공화당 여성 후보에 대한 말 실수로 고전중인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대학 청소부는 대학총장 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위험이 뒤따르는 광부의 직업이 광산 회사 중역보다 봉급이 많다면 어느 정도 공평한 세상이겠지만 브라운의 선불교적인 생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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