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뉴스는 최근 음식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건강에 가장 좋은 10대 음식을 선정했는데 불행히도 한국 음식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리스트가 주목을 끈 것은 베트남, 일본, 인도, 태국 등 아시안 음식이 4개나 포함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6개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남미, 캘리포니아 스타일 음식이 차지했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음식이 세계 어떤 음식에 비해서도 맛이면 맛, 영양이면 영양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는 기자로서는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들 10대 건강 음식을 선정한 소위 ‘전문가’들에게 한국 음식은 아직은 생소한, 그래서 한식을 10대 음식에 포함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지식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객관적인 성과에 근거해 수여하는 과학 분야 노벨상과 달리 노벨 문학상이 전통적으로 전 세계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대중성에서 유리한 영어권 작가에게 집중돼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이 200만명에 달하고 있고 경제적 지위는 아시안 소수민족 중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도 정작 한식의 지위는 너무나 미약하다. 중국 음식은 제외하더라도 인지도 면에서 한식은 태국 음식에 이어 이제는 베트남 음식에게까지 밀리고 있다.
1865년부터 캘리포니아 주와 미 동부를 잇는 철도 공사에 투입된 1만2,000명 중국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중국 음식은 이제는 이탈리아 음식을 제치고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중국요식협회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 식당은 4만개가 넘는다.
또 태국요식협회에 따르면 태국식당은 지난해 말 현재 미 전국에 4,7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베트남 식당도 1,000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음식의 경우 이제는 식당 외에도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냉동 중국음식의 매출 규모도 연 수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지난 1983년 글렌데일 갤러리아몰에서 오픈한 패스트푸드 체인 ‘판다 익스프레스’는 27년이 지난 현재 미 전국에 1,2,00개의 매장, 연 매출 12억달러, 종업원 1만7,000명을 고용하는 공룡기업으로 부상했다. 고기 덮밥을 주 메뉴로 한 일본식 ‘요시노야’도 지난 1979년 LA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일본 매장이 1,000개, 미국 등 전 세계 매장이 1,400개에 달한다.
중국 음식이 진정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은 미국 내 식당수와 매출 등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중국 음식을 중국 문화의 아이콘(icon)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펩시와 소니, 모토롤라 등 대기업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사의 제품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간접광고(PPL)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중국음식은 돈 한 푼 안들이고 자연스럽게 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배우들이 독특한 네모 모양의 투고 박스에서 중국 음식을 먹는다거나 “오늘 저녁은 중국 음식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라고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명박 정부는 한식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한식 음식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곳 LA에서도 ‘미 서부 한식 세계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됐으며 한식 전문 인력 양성, 한식 메뉴 및 표준 조리법 개발, 한식당 맛 지도 제작, 한식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이 같은 한식당 관계자들의 자구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특히 한식당 업주들은 한국 문화의 첨병 전도사라는 자부심과 책임 의식을 갖고 업소의 청결화와 전문화, 메뉴와 조리법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한인들도 외국인과 식사를 해야 하거나 대접을 할 때 가능한 한식당을 애용해주는 것이 한식 세계화와 한인 경제에 기여하는 작은 실천이다.
한식당 메뉴를 보면 ‘해물파전’을 한국식 발음대로 ‘Hae Mul Pa Jun’이라고 표기하는 곳이 많은데 ‘Korean Seafood Pancake’ 등의 영어 표기를 병행할 경우 미국인 고개들이 좀 더 쉽게 한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이제 시작으로 한식 관련 종사자는 물론 한인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 한인경제에도 도움을 줄 중요한 목표다.
언젠가 미국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들이 “오늘 저녁은 한국 음식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라고 대화하는 모습이 비춰질 때 비로소 한식 세계화가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환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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