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주택 신축 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는 경우들이 있다.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서늘한 잘 세워진 사시미 칼날들이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공중파를 타는데 한번 씩은 진짜 소름 끼치는 언어들이 여름철의 더위를 쏴악 가시게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언제부턴가 오너와 시공업자(General Contractor), 시공업자와 서브업자(Sub-Contractors)들 사이의 옥신각신 언쟁, 논쟁이 감미로운 멜로디로 필자의 귓가를 맴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쯤 대면 필자도 이 바닥에서 베테랑계열로 접어들어야 될 때가 머지않았다는 소리인데 좋아해야 될지는 의문이다. 주택 신축 공사에서 필자는 특히 냉방과 난방 시스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엔지니어와 많은 리서치를 통해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채택하도록 주택 오너분들에게 권한다. 기초 공사와 지하 방수 공사와 더불어 주택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인테리어 피니쉬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잘 계획되고 분할된 공간들에 따라 개성 있는 색깔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쉽게 레노베이션도 가능하지만 기초가 되는 냉.난방 시스템이나 지하 방수 공사 같은 작업은 첫 발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일단 시공이 끝난 후에 차후변경은 공사비용이나 그 시간이 이중으로 들 수 있다는 이야기와 상통하다고 보면 된다. 특히 요즘처럼 정부에서 에너지 효율에 관심을 갖고 특정 시스템에 대해서는 주택 오너들의 초기 비용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많은 세금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MEP전문가와의 상의는 꼭 권하고 싶다.
보편적인 시스템으로는 Hot Water Heater와 Boiler를 병행하여 사용하는데 이런 시스템에만 의존하다 보면 한 번씩 일어나는 보일러 문제로 곤혹을 치를 때가 더러 있을 줄로 알고 있다. 또한 지하실을 포함하여 2층 이상 규모의 주택을 냉방과 난방을 일시에 전체를 데우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연료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매달 내는 유틸리티 비용도 만만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조닝(Zoning)이란 개념이 냉난방에 도입되어 보편화, 실용화된 지가 꽤나 흐른 이 시점에서 우리 교민 여러분들도 혜택을 누려야 된다고 본다. 각 층마다 컨트롤을 따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자의 층에서도 부엌이면 부엌, 거실이면 거실, 패밀리룸이면 패밀리룸, 제각기 따로 조닝을 분할하여 온도 컨트롤 시스템을 갖춘다면 엄청난 에너지 세이빙을 맞볼 수가 있다.
물론 초기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집을 당장 팔기 위해 하는 공사가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윈윈(Win Win)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혁신적인 시스템은 기존의 큰 사이즈의 Hot Water Heater 대신 그 절반 정도의 사이즈로 보일러와 연결시켜 필요한 BTU를 충분히 뽑아 낼 수 있으며 이메인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소규모의 2차 Heat Pump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사전에 방지 할 수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하는 한국식 온돌 시스템을 여기에 접목시킨다면 과연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의 미국 클라이언트들도 온돌 시스템의 우월성을 주변 매스컴을 통해 접했는지 신축인 경우 상당수 온돌 시스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조그마한 부엌이나 거실 만을 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거의 전체 층을 조닝 시스템과 연결하여 이용하기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특히 현관 입구는 2층까지 오픈된 포이어 스페이스를 고집하기 때문에 기존의 냉난방 시스템보다는 복사열을 이용하는 온돌 시스템의 효과를 100% 만끽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선진 문화를 뽐낼 수 있는 기회라서 이런 미국인들과 프로젝트를 같이 할 때면 필자의 목은 주로 깁스 상태가 많다. 하물며 이런 로컬미국인들도 우리의 좋은 것을 탐내고 이용하는데 우리가 미국 재래식 건조한 공기를 이용하는 냉난방 시스템에만 의존한다면 조금은 아이러니컬하지 않나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