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수여하는 식장에서는 한 연방판사가 그 식을 주관한다. 그 판사는 ‘여러분들이 오늘 미국 시민이 된 이상 앞으로 미국의 각종 선거에 꼭 투표권 행사를 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이런 시민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한국계 시민권자의 수가 미국 전역을 통해 백 오십만 정도라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반수 정도라고 추측해 볼 수 있으나 실제로 투표하는 사람의 수는 알 수가 없다.
이번 11월 2일에는 연방 하원 전체 의석과 상원 의석 일부, 주지사석을 놓고 선거가 실시된다. 지금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미 어느 후보자를 선택해 놓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 공화당 입후보자들이 제 각기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현재는 한국계에게 관심을 살만한 특별한 정책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화당의 경제정책 중엔 연 25만불 이상의 소득자에게도 감면혜택을 주자고 하지만 한국계 대부분이 그 이하의 소득일 것이니 별로 해당도 안 된다. 민주당 오바마가 경제란을 타개하기 위해 약 8천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으나 직접적으로 한국계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한국계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이 적어지고 일부만이 선거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다니는 교회 3부 예배에 메릴랜드 현 주지사 민주당 오말리가 참석 했다. 그가 한국계 교인을 향해 인사말을 하면서 자기가 지사의 임기를 시작한 후 메릴랜드에 일자리가 늘어났고, 경제도 전보다 나아졌고, 또한 메릴랜드가 더 발전하기 위해 자기에게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예배 후 정문에서 일일이 교인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내 차례가 와서 ‘재당선 가능성은?’ 하고 물었더니 그는 ‘자신이 있다’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공화당 얼릭 후보의 광고가 나온다. 오말리가 주지사가 되면서 일자리는 점점 줄었고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선거도 일종의 싸움이다. 이기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여지없이 들추어낸다. 유권자는 냉철한 마음으로 후보자들의 정책과 전략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요즘 ‘티 파티(Tea Party)’라는 용어가 새로 유행이다. 영문을 보면 ‘차를 마시는 파티나 혹은 정당’ 같기도 한데 그런 뜻은 전혀 아니다. ‘티 파티’는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에서 단지 ‘보스턴’이란 지명만 삭제한 용어이다. 미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티 파티’가 일부 보수층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바마의 국내정책을 반대하는 보수층들이 ‘티 파티’ 이름으로 2009년 세 단체(Tea Party Nation, Tea Party Express, Tea Party Patriots)를 만들었고, 회원 수가 비교적 많은 기존의 두 단체(Americans for Prosperity, Freedom Works)도 ‘티 파티’ 이름으로 불리게 되어 결국 현대판 ‘티 파티’가 2009년경부터 많이 퍼지게 되었다.
이 다섯 단체 중 ‘Tea Party Patriots’는 주부들이 만든 ‘티 파티’이다. 2009년 4월 펜실베이니아주 한 촌 동네 주부들이 ‘우리들도 오바마의 8천억 부양책과 은행 및 자동차 제조회사의 금융지원, 건강보험정책 등을 모두 반대한다’고 항의의 피켓을 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230여 년 전 식민지 보스턴이 영국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처럼 오바마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 현대판 ‘티 파티’의 취지다. 이제는 미국전역에 그 현대판 ‘티 파티’들이 예비선거 등에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공화당과도 연계하고 있다. 현재 ‘티 파티’는 오바마 국내정책을 반대하는 상징이 되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이 이런 보수층 군중 모임에 연사로 자주 나오기고 한다.
11월 2일 하원의원 및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우세하리라고 전망한다. 우리 한국계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데 그다지 폭이 넓지 않다. 보수적이냐, 중도적이냐, 아니면 진보적이냐 하는 차이는 있으나 양당의 정책이 그들 나름대로 장점들이 있다. 혹은 ‘티 파티’에 연관된 공화당 후보도 따져볼 수도 있다.
누구를 찍을지 판단이 안 서면, 이왕이면 ‘한미 FTA 비준,’ 혹은 ‘한미동맹’에 열의를 보이는 입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바마도 ‘티 파티’를 견제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를 열심히 돕고 있고, 공화당에 대한 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으니 실제로 어느 당이 더 우세할는지는 11월 2일 선거 후 그 투표함을 열어 보아야 정확히 판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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