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8개월 전의 일이다. 분명히 나의 이메일 스크린에서 보여야 하는데 여러 날째 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인 둘째 녀석이 항상 이메일을 끼고 살기 때문에 분명히 현재 접속 중이란 뜻의 동그란 녹색 불이 켜져 있어야 하는데 계속 검은 색깔로 꺼져 있는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필자가 접속여부를 확인 못하도록 접근을 차단시켰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필자는 사내애들만 둘 두고 있다. 작은 애는 큰 애와 달리 중, 고등학교 때도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별로 부모에게 얘기하지를 않았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나 있게 되니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 더욱 더 알 방법이 없었다. 큰 애는 그래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전화를 주곤 했는데 작은 애는 그저 어쩌다 짧게 연락 한 번 주면 감사해야 했다.
그런데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에 채팅 기능이 있고 애들도 같은 이메일을 쓰고 있어 쉽게 채팅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특히 애들이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을 때에는 내 스크린의 애들 이름 옆에 녹색불이 켜지기에 바로 채팅이 가능한지 알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참 좋은 기능이라 생각되어 둘째의 이름 옆에 녹색 불이 켜질 때면 가끔 채팅을 걸곤 했다. 대답을 바로바로 주진 않아도 그래도 조금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반응을 보이기에 근황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첫 학기 때도 그랬지만 둘째 학기에 들어와서도 둘째의 학과 스케줄을 물어 보았다. 왜 물어 보냐고 약간은 짜증 섞인 반응에도 그래야 수업시간 중에 전화 하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설명으로 설득해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이메일을 사용하다 보니까 둘째의 이름 옆에 녹색불이 들어와 있었다. 분명히 수업시간 중일텐데 웬일인가 궁금했었다. 수업시간 중에 이메일을 켜놓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일이 있나 걱정되어 채팅에 들어가 말을 걸었다. “지금 수업 중 아니니? 그런데 어떻게 이메일이 켜져 있니?” 그러자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이 왔다.
사실 둘째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말의 진짜 의미는 상관하지 말라는 것임을 너무 잘 안다. 그리고 며칠 후부터 둘째의 접속 상태를 알려주는 녹색불은 더 이상 내 이메일 스크린에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다. 필자가 채팅으로 말을 걸 수 없도록 필자와의 채팅기능을 아예 차단해버린 것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둘째와 채팅을 해볼 기회가 없었고, 지금 수업 있는 시간인데 어떻게 이메일을 붙들고 있느냐고 물어볼 기회가 없어짐은 물론이다.
한 두어 주 전에는 구글에 들어가 애들 이름을 넣어 검색해보니 애들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들이 뜨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사진들 중에는 처음 보는 사진도 있었지만 눈에 익은 사진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과거에는 별로 관심을 안 두던 것처럼 보였던 상황이나 장소에서 찍었던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그런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 사실 본인에게는 인상이 깊었던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라고 보는 것임에 틀림없다. 아이들이 어떤 때가 좋았다고 느끼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글쎄 필자를 소위 말하는 헬리콥터 부모라고 부를지는 모르겠다. 위키백과 사전에 의하면 헬리콥터 부모란 아이에게 언제나 잔소리를 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간섭을 하는 부모나, 자녀에게 언제나 간섭을 하여 자녀를 ‘마마보이’로 만드는 부모를 뜻하기도 한다. 필자 자신은 아이에게 언제나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이는 내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니 애들이나 제 삼자가 볼 때 같은 평가를 해줄는지는 모르겠다. 학교와 교사에게 나름대로 필요한 정도의 적절한 수준의 의논을 하거나 부모로서의 의견을 전하기는 하였으나 무리한 수준의 간섭을 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절대로 우리 애들이 ‘마마보이’라고도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은 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리던지 너무 잔소리나 간섭이 많다는 불평을 듣던지 간에 애들이 수업시간을 빠지거나 적절치 않은 행동을 할 경우에는 부모로서 해야 할 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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