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그런데로 알아주는 곳이 많아 마음 뿌듯하다. 커피 값도 깎아주고, 옷 값을 깎아주는 곳도 있고, 공원 입장료도 할인해 준다고 하니 살판이 났다고 해야하나? 어느새 흰머리가 더해가고 몸도 쪼그라든데다 생각도 느려지니 그 살판도 시들해지는 것 같다. 만년 청춘일 줄 알았는데, 아니 벌써 이렇게 되었나?
오래 전, 나이 지긋하게 든 직장 동료와 함께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호텔에서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쓰고, 그 동료는 바로 옆에서 검증을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나 느린지 짜증이 났다. 화도 못내고 한숨만 내쉬었다.이제 내가 그 나이에 이르니, 비로소 그를 이해하며 그 동료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니라면 늙는 것도 죄가 아닌데, 인생길에서 한 발자국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다 나이든 탓으로 돌린다.
한번은 인터넷의 Expedia.com에 가서 마누라와 함께 휴가가려고 비행기 표를 샀다. 이 칼럼에서 마누라 흉을 자주 본 탓에, 조그만 보상이라도 해주고싶은 마음에 위로와 사과 차원에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 후에 다시 인터넷에 가보니, 비행기 표값이 백불 떨어져 있었다. 전화를 해서 항의를 했더니 수퍼바이저를 바꿔준다. 다시 항의를 해서 결국 호텔 할인 쿠폰을 차액만큼 받기로했다. 그 즉시 인터넷에서 확인했더니 할인 쿠폰이 구좌에 들어와 있었다.
며칠 후, Expedia.com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Hotels.com에 가서 그 할인 쿠폰을 찾았더니 없었다. 전화를 걸어서 없어진 쿠폰에 대해 항의를 하면서, 수퍼바이저 아무개가 허락한 호텔 할인 쿠폰이 오늘 찾아보니 감쪽같이 없어졌다며 재발급을 요청했었다.그 전화받는 담당자도 아무개 수퍼바이저가 거기 직원인지 아닌지 게의치않고, 미안하다면서 호텔 할인 쿠폰을 현재 근무하는 수퍼바이저에게 이야기하면 재발급해준다고했다. 전화를 바꾼 수퍼바이저에게 상황 설명을 하면서 비행기 표를 샀는데 일주일 후 값이 떨어져 그 차액으로 받은 쿠폰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상대쪽에서 “우리는 비행기 표는 취급하지않고 호텔만 취급하는데요.” 한다. “아차! 지금까지 자다가 남의 집 창문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었구나!”싶어 미안하다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이 가게에서 산 물건을 저 가게에 가서 물리려는 격이었다. 내 기억력이 벌써 이 지경이라니!
한국의 직장에서는 정년제가 있어서 일정 나이에 이르면 그냥 밀려난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지만 풍부한 근무 경험과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그 열심히 공부해서 땄던 박사 학위가 나이와 함께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잘 나가다가 하루 아침에 밀려나, 요즘은 성인병과 싸운다며 노년층 마라톤 대회를 뛴다나? 다행히 미국에서는 자리만 있다면 그만 두고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도 서서히 고령의 직원 밀어내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GE 항공 사업과 원자력 사업은 주 정부와의 합의로 일정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세금 혜택을 받기로 했었다. 불경기라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보장된 세금 혜택까지 잃어버린다면 회사의 수익이 더 줄어들게 되어 있었다. 고심 끝에 짜낸 그들의 묘안이 이 늙은이들을 밀어내자는 것이었다. 고령의 직원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높은 봉급에다, 매년 장기 휴가가 제공되며, 머리도 빨리 돌지도 않을 뿐더러 자주 아파 콜록거리니 이들을 밀어내자는 것이었다. 영감 한명 밀어내면 청년 두명은 뽑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60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순순히 은퇴하겠다면 선착순 60명에게 은퇴 보너스를 준다고 제안했었다. 이로 인해 120명의 대학을 갓나온 청년들을 뽑는다면 60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라 세금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이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1700명의 청년들이 지원했다고한다. 세상이 험악해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번은 사십대의 재정 설계사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더니, 베이비 부머들에 대해 좋은 시절 다 차지했다며 선망의 대상으로 이야기하다가 자기 세대들이 낸 소셜 연금을 다 가져갈 것이라는 원망의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이든 것도 서러운데, 백발이라 이리저리 밀려서 “나도 왕년에는 식스 팩 (?자의 복근)이 있었다”며 고함쳐봐도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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