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각 나라의 국민성에 등급을 매긴다면 우리 한인들은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식당에서 주인으로서의 점수는 손님의 자격으로는 과연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얼마 전 북부 뉴저지와 일부 뉴욕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한인들이 연방 정부에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방 정부의 시스템을 이용, 이처럼 대규모 사기 행각을 벌인 집단이 하필이면 한인들이라니……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한인 두 명이 폐식용유를 훔쳐 팔다 검거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무슨 국가적 망신인가? 아이디를 도용하여 남의 돈을 가로채 고급 차를 몰며 흥청망청 마구 쓰는 사람들도, 위생 관념과 도덕성 빵점에 푼돈을 위해 남의 건강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도, 이 좁은 한인 사회의 이웃사촌들이라니 참 서글퍼진다.
리테일 사업을 하는 한인들에게 질문 하나 던져보라. 고객들 중 가장 까다로운 사람들은 주로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외국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유명한 한인식당에서 가장 상식 이하의 행동을 범하는 사람들은, 또한 종업원들을 가장 남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음료수나 알코올을 외부에서 가져 올 수 없다는 사인이 붙어 있는 한국 음식점에서도 식당 주인이나 매니저와 말다툼을 일으키는 손님들의 대다수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아닌 바로 우리 이웃사촌들인 한인들이라면 과연 무엇이 이런 기본적인 교양도 없는 아주 저질의 무식한 행동을 같은 민족들끼리 주고받게 만드는 것인지 필자는 정말이지 그 해답을 알고 싶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나이는 인생의 연륜을 반영한다고 하는 데 젊은 층보다는 오히려 이민 1세대들이 이 같은 기본적인 에티켓을 벗어난 행동들을 공공장소에서 쉽게 보여주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없다. 본인은 힘들지만 자식들의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위 말하는 고급 전문 직종에 종사하며 일류 기업들에 스카웃돼 일하는 자식들 자랑으로, 그간 낯선 이국땅에서 받은 서러움과 역경의 인생길을 스스로 위안하는 우리 한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이웃에 전하며 이웃사랑을 실천 하기를 부르짖는 교인들은 도대체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면 필자가 서두에서 부터 구구절절 두서없이 나열한 내용들은 극히 일부의 아주 몰상식한 몇 몇 한인들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정말이지 한국인의 자긍심을 널리 알리고 미국인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주눅들지 말고 같은 동포끼리 무시하고 헐뜯지 말고…
특정 인종을 부의 상징으로 떠받들며 자기만큼은 아주 특별한 사람, 다른 한국 사람들과는 레벨이 다른 사람, 부자 동네에 거의 유일무이한 한인으로 이웃 한인들에게 자랑 삼는, 그런 근본도 기본도 안 된 사람이 되지 말자. 다른 민족들을 동경할 필요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존중하면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한국인의 기상도 드높여진다고 필자는 믿는다. 성공한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타운이 소위 부자 타운으로 유명한 뉴저지 알파인보다 못하라는 법이 있는가? 영향력 있는 한인들이 모여 있는 타운에서 한인 시장도 나오고 똑똑한 한인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는 자연히 높은 랭킹에 오를 것이며 부동산 가격은 그에 상응하여 올라 갈 것은 따놓은 당상이 아니겠는가?
경찰서면 경찰서, 소방서면 소방서, 한인들로부터 나오는 충분한 타운 도네이션 자금으로 타운이 정책적 차원에서 한인들에게 보다 나은 생활 환경을 제공한다면 지금처럼 굳이 다른 타인종들이 대부분인 타운에 극소수의 일부로서 상대적 빈곤을 느끼며 생활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중국인들도, 일본인들도 하는데, 우리처럼 똑똑한 한국인들은 왜 하지 않는 것인가? 뉴욕의 플러싱이나, 뉴저지의 팰리세이즈팍을 한인 타운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인 상권은
자리잡혀 있을지 모르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과거 뉴저지의 포트리는 독일인들이 모여 사는 타운이었지만 이탈리아인들이 몰려들면서, 이제 대다수의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은 90% 이상이 이탈리아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운 시장, 경제인 협회, 시의원, 공무원, 경찰, 소규모의 비즈니스맨들, 변호사, 회계사 등등, 이탈리아인들이 뿌리 내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요즘 들어 유태인들이 조금씩 자기들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 영향력은 막강 하다. 필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타운도 바로 이런 타운이다. 우리 한국인들도 목표와 이상이 같다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현실이다. 거창한 단어들로 포장되어 있는 도시계획의 새로운 이론들 보다, 이렇게 한인들 끼리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어 멋진 이름의 한인들이 주도하는 타운 한번 만들어 보는 게 필자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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