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라코람 하이웨이 선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모래 산에서 차를 세웠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 바로 모래 산이란다.
모래 산이지만 누런 모래색이 아닌 회색 모래 산이었고 그 산 밑의 호수 물들은 다 얼어 있었다.
길에는 몇 명의 기념품 장사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고 그 옆에는 돌로 지은 집들이 몇 채 눈에 띄었다. 이곳 유목민들의 집이다.
추운 산 위에 살기 때문인지 집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문과 그 옆에 작은 창문 외에는 모두가 돌로 만들어졌다. 물론 음식도 그 안에서 하고 잠도 그 곳에서 잔다.
카라코람의 한 호수. 삭막한 주변 환경 속에 이곳은 이미 겨울인 듯 얼음이 두껍게 얼어붙었다.
우리가 들어가 본 돌집은 3세대가 방 두 칸 집에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녀딸이 살고 있고 갓 새끼를 낳은 고양이 식구에다가 밖에 있는 염소, 개 등 대가족을 이루고 있다. 며느리는 석탄 스토브 위에 놓인 냄비에 양고기, 감자와 양파 등을 넣고 요리를 하고 있고 인심 좋아 보이는 할머니는 처음 보는 우리에게도 차 대접을 한다.
한 유목민 모녀의 모습에서 이들이 살고, 극복해야 하는 거친 환경을 느낄 수 있다. 유목민들은 돌로 만든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가축을 위해 집 주위는 돌로 담을 쌓아 놓았다.
기념품을 파는 장사꾼들은 털모자에 두툼한 외투까지 입었으니 완전히 한겨울 옷을 입었다.
이곳에서 석류석 목걸이 몇 개를 샀다. 석류 알처럼 생겼는데 가넷(garnet) 보석 같은 색갈이다.
이제는 언덕을 다 넘어 왔는지 좀 평평한 길을 달린다. 어느새 회색 강물이 초록색으로 변했고 수정처럼 맑다. 아마 호수가 가까운가 보다.
지난해에 한국 여자 등반대원들이 무스타 아다 산에 등반하러 와서 베이스캠프까지만 등반했다는 이야기는 나를 썩 기분 좋게 만들었다. 워낙 험준하고 눈이 많아 정복하기 어려운 산 중에 하나라고 들었는데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것도 대단하지 않는가?
나도 언젠가 히말라야 베이스캠프를 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가서 나 자신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히말라야 베이스캠프는 1만7,000피트에 있다니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네팔 쪽으로 들어가던지… 아무튼 나는 한국의 낭자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차가 큰길에서 벗어나는 듯싶은데 앞에 호수가 보이고 호수 주위로 눈 덮인 산이 서있다.
드디어 카라쿨 호수(Karakul Lake)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호객인들이 몰려와 서로 “말을 타고 호수를 돌아라” 아니면 “모터사이클을 타고 돌아라” “이것 사라” “저것 사라” 정신없게 만든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걸어서 호수를 한 바퀴 돌려면 3시간반 내지 4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모터사이클을 타면 약 한 시간이면 다 돈다고 한다. 그리고 말을 타면 쉽게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호수 옆에는 식당 및 관리 사무실이 있고 그 뒤로 뜨문뜨문 임대하는 여르트(yurt)가 세워져 있다.
바다 같이 큰 호수의 가장자리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지만 가운데는 얼어 보인다. 걸어가 보니 가장자리는 맑은 물로 바닥이 훤히 다 보인다.
검은 호수란 아마 물이 깊어 검게 보여서 그리 부르나 보다.
낮게 내려 깐 구름은 좀처럼 걷힐 줄 모르고 사라지는 듯 하다가 다시 몰려오기를 반복한다.
오후 3시반이 지나자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추워지기 시작한다.
아! 바람이 부니 구름이 다 없어져 이제는 구름에 가려졌던 산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잠시 다시 검은 구름이 나의 시야를 가려 버린다. 호수 주위로 만들어놓은 나무 난간을 걸으면서 호수에 손도 담그고 사진도 찍으면서 약 1시간45분 그 곳에 머무르는 동안 내내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 아니었다. 결국 무스타 아다(Muztagh Ata) 봉우리를 보지 못한 채 우리는 호수를 떠나야 했다.
“얼음이 얼마나 두껍게 얼었을까?”라는 물음에 안내인 잭은 얼어붙은 호수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머리가 띵 하는 느낌이다. 아마 고산 증세가 서서히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숨쉬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일단 숨을 쉴 수가 있고 걸을 수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호수 옆에 소금밭이 있었는지 허연 소금자국이 있고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도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 앞좌석에 탔는데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마치 롤러 코스트를 타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카라코람 하이웨이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와 눈 덮인 산이 나타났다간 사라지고 또 아물아물 거리며 나타난다. 그런데 파키스탄 쪽에 있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경치는 중국 쪽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내가 꼭 가보고 싶은 훈자(Hunza)라는 동네도 있으니 꼭 가 보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전쟁만 끝나면 제일 먼저 달려가 봐야겠다.
가 보자! 나에게 무한한 기쁨과 환희를 줄 미지를 향해서….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여행을 할 수 없는 나이가 오기 전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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