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가 미국의 경찰견으로 활약할 날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지난 5월 전남 진도군은 LA한인회와 진돗개의 미국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에 따라 LA 북쪽에 위치한 글렌데일(Glendale)시 경찰서는 앞으로 진돗개를 경찰견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시험할 예정이다.
진돗개는 강인한 체구에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귀소본능이 뛰어나고 낯선 사람의 유혹에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또 항상 용맹하고 대담해 멧돼지 같이 자기 몸집보다 큰 동물이나 다른 사냥개와 맞붙어도 몸을 사리거나 겁먹지 않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특히 수컷은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미련하다 싶을 만큼 끝장을 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먹이나 암컷을 두고 격한 싸움을 한다. 특히 짝짓기시기에 수컷은 암컷이 풍기는 냄새에 매우 예민해진다. 대개 서열 1, 2위 수컷이 암컷을 놓고 대결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싸움에서 밀린다 싶으면 몸을 사리고 도망친다. 패한 수컷은 다음을 기약하거나 아니면 그 무리에서 도태되고 만다. 하지만 진돗개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설령 힘이 조금 부치더라도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중 진돗개가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국인이 진돗개의 성격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진돗개가 군견, 경찰견으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높은 충성심 때문이다. 너무 높은 충성심이 바로 장해 요인이다. 다른 개와 달리 진돗개는 훈련시킨 사람만을 따르기 때문에 경찰서와 같이 여러 명의 주인이 있는 경우 이를 용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아마도 이번 글렌데일시 경찰서가 실시할 테스트 중 이 점이 통과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 3대 명견(名犬) 등록기관으로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애견협회(Kennel Club, 1873), 세계 최대시장의 미국애견협회(AKC, 1884) 그리고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세계 최다 회원국의 국제애견협회(Federation Cynologique Internationale, 1911)가 있다. 2005년, 영국애견협회와 국제애견협회는 진돗개를 세계적인 명견으로 인정했다. 실로 국가적인 경사였다. 후문에 의하면, 영국애견협회는 “개를 먹는 나라에서 신청한 진돗개에게도 푸들이나 셰퍼드처럼 영국왕실과 정부가 인정하는 혈통 인증서를 수여할 것이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오랜 토론 끝에 심사위원들은 결국 진돗개의 우수성을 인정했고 이로써 한국의 진돗개는 세계의 명견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진돗개 수출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따라서 이번 글렌데일시와의 양해각서 체결은 앞으로 진돗개의 해외수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독일은 셰퍼드와 도베르만 등 애견수출로만 연간 2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2009년 현대자동차 당기순이익’의 약 2/3에 해당하는 상당한 액수이다. 2007년 독일 도그(dog) 쇼에서 1위를 차지한 셰퍼드 한 마리 가격이 7억 원을 호가한다니 쉽게 이해가 된다. 물론 독일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돗개의 잠재력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진돗개는 본래 영리하고 용감해 셰퍼드처럼 군대 및 경찰견으로도 적합할 뿐만 아니라 새끼 때부터 청결하고 몸집도 크기가 적당해 일반 가정의 반려견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돗개가 한국 토종견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진돗개 관련 모든 수익을 독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에서 지금처럼 진돗개 협회 간의 불화가 계속되는 동안 영국, 독일 등 명견개발에 일가견이 있는 선진국에서 더 우수한 품종의 진돗개를 육성한다면 세계의 애견가들은 당연히 “Made in England 혹은 Made in Germany 진돗개”를 구입할 것이다.
‘일본의 진돗개’로 간주되는 아키타(Akita)가 좋은 예이다. 아키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반입되어 인기를 끌면서 일본 개로는 처음으로 미국애견협회의 공인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더 우수한 품종이 개발되어 현재 세계시장에서는 일본 토종의 아키타보다 ‘Made in U.S.A, Akita’를 선호한다고 한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셈이다.
앞으로 진돗개 종주국으로서의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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