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변호사 훼어팩스 카운티 광역교육위원
지난 주 화요일 워싱턴 디씨 민주당 시장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가 있었다. 그 지역 민주당 내에선 이미 휀티 현 시장의 패배는 제법 오래전서부터 예견되었던 일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또한 좋은 성과를 이루더라도,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무리한 점이 있을 때 그 결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정치의 기본 논리가 새삼 확인되는 선거였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감이라면 선거의 주쟁점 중의 하나가 미셸 리 교육감이었다는 것이다.
4년 전 휀티 현 시장이 35세의 젊은 나이로 파란을 일으키며 디씨 시장에 당선되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이 디씨 공교육의 전면적인 개혁이었다. 미국 전체 내에서 최하위에 처져있는 디씨 공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이끌 수 있는 교육 행정가가 필요했고, 본인과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리 교육감이 그 일에 적임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스카웃해 전권을 주며 적극 후원을 하였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여러 교사들이나 학부모들 그리고 교원노조로부터의 거센 공격에 정치적인 보호막을 쳐주며 적극적으로 리 교육감의 개혁노력을 뒷받침 해준 것이 휀티 시장에게 이번 예비선거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리 교육감을 알진 못한다. 다만, 교육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관여하고 있는 같은 한인으로서 디씨의 공교육 발전을 위한 리 교육감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먼발치에서나마 성원하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병폐들을 정리, 해결하기에는 전통적인 고정 관념을 가진 교육감으로서는 힘들다는 데에 동감했다. 리 교육감이 임명되자마자 과감히 실행에 옮겼던 학교시설들의 재정비, 즉 효용도가 떨어지는 학교들을 인근 학교에 통폐합하여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낭비를 막고, 전체적으로는 학생들의 수학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시설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마음 속으로나마 찬사를 보냈다. 필자도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학교 하나 문닫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체험을 하는 일이기에, 학교 한 두 개도 아니고 디씨 전체의 모든 학교들을 놓고 획기적인 결정을 내리며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리 교육감의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질 부족 교사의 퇴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교사 개인뿐만 아니라 여러 이익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에 교사 한 명을 퇴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필자는 잘 안다. 이러한 문제를 과감하게 제기하고 즉각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모습도 일반 교육감으로부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난국에 영웅이 난다지만 사실 난국에는 영웅이 필요한 것이고, 디씨 공교육에서의 영웅이 바로 리 교육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정치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예비선거 결과가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개혁이라도 주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치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이곳에서의 현실이다. 주민들의 호응을 받기 위해서 좀 더 많은 이해 당사자들과 처음부터 머리를 맞대고 협조하는 체계를 구축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개혁 대상의 선정과 방식, 그리고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성과에 어느 정도 지연을 감수하더라도, 조금 더 인내를 갖고 주민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을 거쳤다면 어땠을까?
리 교육감이 시도했던 여러 가지 개혁안들이 성공을 하려면, 교육행정 당국도 여러 해 동안 노력을 기울여야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물론 리 교육감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모두 옳고 다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번 선거결과로 그러한 시도가 끝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멈출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쉽다.
민주당이 압도하는 디씨의 정치환경을 고려할 때 민주당 후보직을 확보함으로써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제 11월 선거에서 새로 시장에 당선 될 것이 분명한 그레이 시의장이 앞으로 리 교육감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할지는 모르겠다. 선거전에서 이미 공표한대로 리 교육감은 디씨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레이 시의장이 11월 본선을 치를 때까지 교육감 자리에 남아 새로운 시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자신의 개혁 어젠다를 이어갈수도 있다. 또한, 디씨 교육감 자리를 떠난 후 리 교육감이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런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간에 이 곳 디씨에서의 험난했던 경험이 리 교육감에게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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