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스토리는 결말이 좋을 것 같다”는 20일 LA 타임스 칼럼이 눈길을 끈다. 25년 스포츠 편집장 경력의 칼럼니스트 빌 드와이어가 쓴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늙어가는 것을 실감하고 싶나? 미셸 위가 3주면 21세가 된다. 하와이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10살짜리 꼬마 여자골퍼가 오는 10월11일이면 맥주를 마셔도 된다.
물론 맥주 살 돈은 충분히 있다. 이미 백만, 천만 달러를 벌었기 때문인데 그 중에는 실제로 골프 성적으로 번 돈도 있다.
미셸 위의 스토리는 웬만한 여자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 나이일 때 시작됐다. 부모가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마케팅 회사와 브랜드 메이커 등 사업가들이 밀어주면서 은행 계좌부터 열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미셸 위가 과연 어떻게 되는지 전 세계가 지켜보게 됐다.
키가 늘씬하게 큰 ‘천제 소녀’는 외모 또한 그 타고난 골프스윙처럼 예뻤다.
엄청난 장타자이면서 보는 사람들의 눈도 즐겁게 해 줘 미국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 어린 나이에 골프로 부와 명예를 손에 쥐는 것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좋은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하지만 현실이란 그만한 실력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베테랑 여자 프로골퍼 수준은 아니었고, 타이거 우즈처럼 프로자격만 얻으면 투어를 휘어잡을 실력은 더욱 아니었다. 그 화끈한 장타 다음에는 정확한 세컨샷과 프레셔를 모르는 퍼팅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 두 가지 실력을 갖추기는 훨씬 어려웠다.
그 정도는 꿰뚫어 보고 다들 그녀를 내버려뒀어야 하는데 ‘거품’의 요란함은 사람들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때는 이 소녀가 남자들에게 도전하는 ‘성대결’이 화제였던 것. 이에 대한 ‘로맨스’가 대단했고, PGA투어 대회들은 티켓이나 더 팔면 되기에 미셸 위란 ‘흥행카드’를 주저없이 사용했다.
“꼬마야, 맥주 한 잔 할래?” 미셸 위와 잔 데일리가 한 조에 편성된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웃긴다. 진정한 뉴스보다는 관심을 끌 화제성 뉴스에 더 관심이 많아진 언론의 90%가 이 같은 면을 쏙쏙 빨아들이면서 미셸 위는 대회에 나타는 것만으로 수백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컷오프를 통과한 적도 없는데 미국은 정말 좋은 나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쁘게 끝날 것만 같았던 이 소녀의 스토리는 결말이 좋을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자들이 다시 연구해 볼 일이지만 어린 시절을 잃어버려도 괜찮을 수 있는 것 같다.
미셸 위는 지난 주말 기아 클래식 이벤트에 원해서 참가한 게 아니었다. 스폰서와 투어 대한 임무였고 따라서 동행한 관계들도 많았다. 하지만 ‘보디 랭귀지’가 달랐다. 예전처럼 끌려 다니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주지 않은 점이 달랐다.
미셸 위는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하지 않았다. 인터뷰 질문에도 미리 준비된 형식적인 대답만 했다. 하지만 취재진과 약 5분간 대화를 나누며 성숙해진 면을 보여줬다.
‘라이크(like)’ ‘유 노(you know)’ ‘아이 민(I mean)’… 아직도 말하는 스타일은 부자동네 ‘밸리걸’과 같은 면이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지루해서 죽겠다는 인상도 주지 않았다. 대신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깊이와 유머까지 보여줬다.
인생도 좋아졌다. LPGA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하고 스탠포드로 돌아간다. 미셸 위는 이에 대해 “우승하고 나니 확실히 좋다”며 ‘투-타임 위너’가 소개될 때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 그게 나구나’하고 느낀 적도 있다”며 웃었다.
미셸 위에 따르면 스탠포드로 돌아가면 그녀가 누군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골프 티(tee)를 보고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베스트 프렌드’가 있을 정도.
미셸 위는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흐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올해 US오픈에서 드라이빙 레인지에 나갔더니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출전자가 연습하고 있었다”며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출전자가 있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물론 상상하지 못했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규태 기자>
미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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