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칼럼 -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
1773년 12월 16일 밤 약 50여명의 보스턴 시민들은 모학 인디언처럼 분장을 하고 그들의 모국인 영국으로부터 차를 싣고 와서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세척의 배에 올라 342개의 궤짝에 든 차 가루를 물 속에 던져 연안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동료들인 ‘자유의 아들들’을 열광시켰다. 영국 총독 아래에 있던 식민지 의회대신 영국의회가 차세를 부과시킨데 대한 반대 데모였던 셈이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부르짖는데 앞장 선 사무엘 아담스의 선동을 받고 일어난 그 사건은 보스턴 티 파티로 불리게 되었으며 다른 항구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등 1775년에 보스턴 부근에서 시작된 미국의 독립전쟁 발발에 기여한 일련의 사태들 중 하나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래 소위 티파티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것은 주로 반 오바마 내지 민주당 성격을 띤 민초(grassroots)들의 정치운동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워낙의 보스턴 티파티가 보통 시민들의 자발적 데모라기보다는 사무엘 아담스 같은 단수 높은 선동가들의 연설과 논설 활동에 자극을 받아 발생했다는 사실과 유사한 점들을 현대판 티파티 운동에서도 볼 수 있다.
우파 논객들로 수백만의 청취자들과 시청자들이 따르는 러시 림보와 글렌 벡 같은 사람들이 오바마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의 좌파 프로그램을 따른다고 맹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오바마의 임기 초 두어 달 후부터였다. 그가 의료개혁을 밀어부쳤고 금융계와 자동차 업계에 깊이 개입했을 뿐 아니라 반 백인 내지 친 소수민족 정책을 쓰는 등 유럽식 사회주의자이니까 민초들이 조직을 해서 민주당 연방 의회 후보들을 떨어트려야 마땅하다는 선전이 공중파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우파 논객은 포브스 잡지에서 오바마는 자기 아버지처럼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지식인들의 반 식민주의 사상을 답습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단다. 그런데 뉴트 깅그리치(공화) 전 연방하원의장도 그 논객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고 동조를 하고 있는 판국이니까 미국 사람들 중에 네 명에 한 명 꼴로 오바마는 이슬람교도라고 믿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티파티는 또한 전 공화당 연방하원 원내 총무이던 딕 아미의 영향을 받고 있다. 프리덤 워크스(Freedom Works)라는 정책 옹호 그룹을 매트 키브라는 사람과 함께 영도하는 딕 아미는 티파티가 금년도 하원 총선과 상원의 3분지 1석 선거 이전에 여러 주에서 티파티가 지지한 후보자들이 공화당 중진들이 미는 후보자들을 떨어트렸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애리조나에서는 티파티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예선 후보자에게 고전할 것으로 보이던 존 매케인이 사태의 역전을 가져와 공화당 후보가 되었던 것은 사라 페일린의 유세 덕택이었다고 볼 수 있어 불과 2년 사이의 상전벽해 현상이었을 것이다.
알래스카에서는 거의 무명의 변호사가 티파티와 사라 페일린의 지지 때문에 현역 상원의원을 누르고 공화당 후보가 되었다. 가장 놀라운 이변은 델라웨어의 공화당 예선전이었다. 마이크 캐슬 연방하원의원은 주지사를 연임하는 등 선거에서 한 번도 져 본 일이 없을뿐더러 조 바이덴 부통령의 옛 상원의원 자리를 두고 벌일 11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으로 바뀌는데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공화당 간부들의 절대 지지를 받아왔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공화당 예선전에서 델라웨어 공화당 위원장의 표현대로 동물 수집 책임자(dog catcher) 자리에도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혹평을 받은 크리스틴 오도넬에게 패배를 당한 것이다. 오도넬은 바로 티파티와 페일린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다.
연초부터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 총무는 네바다에서 다시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티파티가 지지한 60대의 할머니가 공화당 후보로 정해진 이후는 리드의 전망이 호전되었다는 게 중평이다. 공화당 후보가 사회연금제도와 이민개혁도 반대하는 극우파의 정책을 되뇌기 때문이다. 티파티의 동원력과 열성 때문에 공화당 후보들이 티파티 주장을 답습하면 극좌와 극우도 피하는 대부분의 미국 유권자들이 11월 첫 화요일에 투표장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잃을 것이 아니고 현 위치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잘 연결된 티파티 지지자들이 공화당 보다는 민주당을 더 미워하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는 정반대 전망도 있어 문자 그대로 설왕설래(說往說來)라서 11월은 재미있는 달이 될 것이다. 티파티 지지자들 가운데는 백인들이 절대 다수라서 흑인 대통령 탄생을 후회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마저 있어 찜찜한 기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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