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연방의회에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한 달이다. 재선을 앞둔 의원들은 아마 마음은 지역구 표밭에 남겨둔 채 몸만 돌아왔을 지도 모른다. 늦어도 10월초엔 마지막 캠페인을 위해 다시 휴회에 들어갈 것이다. 그동안 할 일이 태산이다.
산적한 현안 중엔 10월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정부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임시예산안도 있고, 은퇴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의 초당적 지지 덕분에 통과 전망이 밝아진 스몰비즈니스 활성화법안도 있다. 민주당이 아직 확실한 파워를 쥐고 있을 때 성사시키고 싶은 기후법안, 식품안전법안, 동성애자 차별정책 폐지조항과 함께 드림법안까지 포함된 국방 예산안에 더해 인프라 투자 등 오바마의 새 경기부양책 처리 여부에 이르기까지 가을 의회의 일정은 이미 빡빡하게 채워진 상태다.
4주도 채 안남은 이 짧은 기간 숨 가쁘게 몰아칠 의사당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이슈는 감세 연장이다. 2001년 부시행정부 때 발효되어 금년 말 종료되는 감세조치에 대한 연장여부다.
거두절미한 쟁점은 한마디다 : “부자들에게도 계속 감세혜택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공화당은 주자고 하고, 민주당은 말자고 한다. 주자는 측은 침체기의 세금인상은 안된다고 강변하고, 말자는 측은 서민들의 생계도 아닌 부자들의 저축을 돕자고 중국에서 또 7천억달러를 빌려와야하겠느냐고 반박한다.
이미 지난주부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목청을 높이고, 민주당과 공화당간 대결의 와중에서 표밭을 의식한 민주당 내 반란표가 고개를 들고 공화당의 내분도 드러나는 등 점입가경의 이번 논쟁은 ‘감세 전쟁’으로 불러 손색이 없을 정도다.
민주당안은 부부 연소득이 25만달러이상인 최고소득층 3%에 대한 감세조치는 폐지하고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감세는 영구 연장하자는 오바마 제안을 토대로 할 것이다. 공화당 상원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모든 납세자에 대한 영구적 감세 연장안을 공개하며 부유층이 제외된 감세 연장안은 절대 통과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중산층 감세는 선호하지만 부유층 감세는 싫어하는 여론에 오랜만에 편승한 민주당은 ‘중산층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공화당을 ‘부유층의 대변자’로 몰아세운다. 질세라 공화당도 소기업주에 대한 오바마의 세금인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경기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위협한다.
중간선거후 레임덕 의회로 미뤄질 경우 적절한 타협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전까진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설 것이다.
양당은 백악관까지 합세해 시끄러운 싸움을 시작했지만 이들의 감세전쟁을 바라보는 냉담한 시각은 의외로 많다. 정작 짚어야 할 본질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불편한 진실’을 정직하게 털어놓는 논의는 외면하고 감정적인 곁가지 다툼만을 벌이는 ‘무책임한 선거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2001년 부시 감세안이 통과될 당시 연방정부는 흑자였다. 10년간 5조6천억달러의 흑자를 예상하며 희희낙락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연방정부는 1조3,400억달러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감세안을 다른 아무 조치없이 그대로 연장시키면 다음 10년 후엔 9조달러 적자에 직면할 수 있다…이것이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만이 아니라 대다수 유권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우려해온 적자의 실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당시 감세안 통과에 결정적 지지를 표명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어제 스피치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감세조치의 연말 종료를 포함,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
만약 연말로 감세조치를 전면 종료시키면 앞으로 10년간 3조5천억달러의 세수가 확보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보다 확실한 적자해소의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시기의 세금인상은 정치적 자살행위다. 더구나 지금은 경기 침체기다.
경제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차선책은 단계적 연장 폐지다. 금년 말로 부유층의 감세를 폐지하고 경기회복이 되는대로 2~3년 후까지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감세도 폐지하면서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병행하지 않으면 천문학적 적자의 고삐는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 제안뿐 아니라 오바마의 제안에도 명시된 ‘영구적 감세’란 실현되지 못할 허구란 뜻이다. 부시의 감세조치를 지속할 여유가 없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며 그것은 공화당이 대변한다는 부유층에게 뿐 아니라 민주당이 수호하려는 중산층에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난주 퓨리서치 센터의 감세조치 연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소 의외다. 일괄적인 연장과 부유층 감세폐지에 대한 지지가 각각 29%로 나타난 한편 일괄적으로 폐지해야한다는 의견도 28%에 달했다.
오늘 내가 누릴 감세 혜택의 대가를 내일 나의 자녀들이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박 록 /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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