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는 보험회사들이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인해 청구가 들어오면 주먹구구식으로 치료비에 보상금(general damages)으로 얼마간의 액수를 얹어 손쉽게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다보니, 교통상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불필요한 치료에 과장된 치료비를 청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으며, 보험회사 측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년간 보상금을 지불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보험회사들도 이윤이 남아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보험회사들이 막바지에 이르러선 끊임없이 지불되는 보상금을 더 이상 지탱해 나갈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제일 큰 대형 보험회사들이 과감하게 대비책으로 기천만달러에 상당하는 거액을 투자해 ‘콜라서스’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콜라서스’라는 프로그램은 교통사고, 상업용 건물에서 일어난 사고, 개에 물려 입은 상해 등에 관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의 많은 부분들을 대신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공식이 입력되어 있는, 상당히 고도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보험회사 직원들이 오랜 세월 동안 측정했던 보상금액의 범위를 이젠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책정하려는데 목적을 둔 프로그램인 것이다.
보험회사 측에서 사고 상해 청구를 처리하는 직원이(claim adjuster) 사고 상해를 당한 사람의 나이, 사고 전의 건강상태, 지난 10년간의 상해기록, 상해부위, 치료기간, 치료액수 등 모든 정보 일체를 입력하게 되면, 이 프로그램 자체가 보상액수의 범위를 정해 주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됨에 따라, 어느 의사가 어떤 진단과 치료 방법을 쓰고 어떤 액수를 청구하는지, 어떤 변호사는 한 번도 재판을 못하고 늘 합의만 보는지, 어떤 자동차 정비소가 수리비를 어떻게 청구하는 지까지의 정보도 보험회사 어느 직원이 케이스를 다루던지 간에 한 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책정하는 보상액수의 범위는 그간 내주던 비공식적인 액수는 완전히 무시한 현저히 적은 액수로 책정되고 경우에 따라선 치료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금액이 책정되기도 한다.
보험회사들은 거액을 투자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만약에 상해 입은 측에서 보상액을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안 될 때는 보상액수를 늘려서 합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송하라는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이다.
경미한 사고들은 근육이 좀 뻑적지근한 정도의 상해밖에 입을 수 없다 하여 MIST(mild impact soft tissue의 앞머리를 따서 생긴 이름) 케이스로 분리해, 치료를 많이 받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보상액수의 범위가 낮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의 앞머리를 따서 생긴 이름)라는 보험회사 부서로 넘어가면 일단 색안경을 쓰고 보상을 거부하게 된다. 너무 터무니없는 치료비, 일관성 없는 청구 내용 등의 케이스를 이런 부서로 넘어가게 하는 요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SIU 부서로 넘어간 케이스에 연루되는 변호사, 의사, 자동차 정비소도 낙인이 찍히기 일쑤이다. 종종, 작은 사고였나, 큰 사고였나를 따져볼 때 자동차 수리비를 놓고 판가름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자동차 수리비가 똑같은 5,000달러라도 자동차 종류에 따라서 고급 승용차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손상일 수도 있고, 좀 오래된 보통차라면 많이 손상이 갔을 수도 있다.
또 보험회사 측의 보험보상 범위는 액수보다는 사진에 나타난 손상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액수를 떠나서, 실제로 재판에 가서 많이 찌그러진 사진을 크게 현상해서 배심원 앞에 놓고 케이스를 진전시키는 것은 보험회사 측에서 볼 땐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SUV 같은 큰 차량이 뒤쪽에서 작은 승용차에 받혔을 경우엔 프레임 자체가 손상되어 자동차 수리비는 많이 나왔어도 뒤쪽 범퍼 밑쪽으로 손상이 가 사진상으로 보면 차가 멀쩡한 경우엔 보험회사 쪽에서 오히려 사진을 크게 현상해서 재판을 해서 이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 수리비에 너무 큰 비중을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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