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우연히 길에서 만난 목사님은 묻지도 않았는데 요새는 미국 교회를 담임하신다며 참 마음이 편하고 좋다고 했다. 사실 좀 의아해 했는데, 요새는 내가 미국 교회를 출석한다. 소속 교회를 묻는 분들에게 미국 교회를 나간다고 하면 반응이 다양하다. “설교를 다 알아 듣느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냐?” “미국 교회는 어떻게 다른가?” 등 궁금해 하기도 하고 “참 잘한 결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출석하는 C 교회는 담임 목사가 미국인이지만, 아주 다양한 국적의 성도들이 출석해 다민족 교회로 볼 수 있다. C 교회의 경험만으로는 미국 교회 전체를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평생을 몸담아 왔던 한인교회와는 참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 성도들은 물론, 강단의 목사부터 청바지 등 지극히 평상복 차림으로 예배를 드린다. 성경에서 강조하는 성결과 거룩은 아무래도 외형의 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문제라고 믿는다.
예배순서는 기립 찬양에 이어 헌금시간, 그리고 말씀의 선포와 기도로 끝나는데, 예배를 마치기 전에 기도받기를 원하는 분들을 강단 앞으로 초청해 목회자들이 간절히 기도해 준다. 또한 하나님의 감동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회중 앞에 나와 그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 찬양은 아주 뜨겁게 부르는데 그 가사 내용은 문자 그대로 오직 하나님과 예수의 이름을 높이는 것 들이다. 곧 이어 선포되는 강단의 말씀을 ‘설교’라 부르지 않고 ‘가르침’이라 부르는 것도 특이하다. 그 내용이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차원을 강조하기 보다는, 말씀이 성경 본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성경말씀만 선포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배 출석자 중에 불신자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들을 의식해 빠지지 않는 말씀은 기독교의 본질인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어떤 강사가 어떤 본문으로 가르치던지 꼭 빠지지 않는 말씀이다. 말씀은 담임목사를 비롯해 여러 목회자가 돌아가며 전하는데, 본 교회에 연로한 목회자를 비롯해 20명 가까운 목회자가 사역을 담당하지만, 30대 중반의 젊은 목사가 담임을 맡고 있다.
한인교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일 것이다. 또한 Senior Pastor(담임목사)라는 명칭 외에는 ‘부목사’라는 명칭은 쓰지 않는다. 사역별 목회자가 있을 따름이다. 부목사라는 단어는 어쩐지 수직관계를 강조하는 유교의 냄새 내지는 계급의식을 느끼게 한다. 최바울 목사가 “세계 영적 도해”라는 책에서 지적했듯이, 한인교회 내에서는 성경에도 없는 애매한 직분과, ‘성직자’ ‘평신도’ ‘교인’ 등 그 의미가 애매모호한 단어들이 난무하는 것 같다.
예수의 명령대로 성찬식은 자주,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거행하며, 은혜스러운 침례식도 평균 한 달에 한 번씩 갖는다. 침례받기 전에 과거의 삶을, 대개는 방탕하고 부끄러운 것들을 숨기지 않고 고백하며, 예수로 인해 변화된 삶을 눈물로 간증해 온 회중이 감동을 받는다. 한 중국 유학생이 받은 침례는 특별히 나의 심장에 오래 간직되어 있다. 메릴랜드 대학에 유학 중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고심하며 자살을 마음에 품었다는데, 그때 마침 본교회의 대학선교팀을 만나 예수를 영접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고 본국에 돌아가면 예수를 위해 살겠다고 눈물로 고백한 후 온 회중 앞에서 혼자 침례를 받았다. 곧 본국으로 떠나는 이 자매 한명을 위해 계획에도 없었던 특별한 침례식을 베푼 것이다.
본 교회에는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목회자 학교도 있고, 미국의 여러 도시는 물론, 세계의 여러 곳에 지교회를 세워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간다. 지교회가 세워질 때면 그곳의 담임을 맡을 목사와 지교회 설립을 위해 지원한 많은 성도들이 팀을 이루어 기도하며 준비하고, 오랫동안 몸담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그 지교회를 위해 스스로 자원하여 그 교회로 이전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다.
이렇게 개 교회간에는 서로 다른 점이 많은데, 과연 하나님 보시기에 개 교회간의 차이는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하나님의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다시 말하면 멸망으로 치닫는 영혼들에 대한 애틋한 안타까움을 심장 깊이 느끼며, 목회자도 성도도 주님이 주신 영혼구원의 사명을 얼마나 사랑으로 잘 감당하고 있는지가 하나님의 가장 큰 관심거리라 생각된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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