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주가 남았나. 2010년 중간 선거까지.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공화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것이 일반론이다.
“헬스케어개혁안 의회통과에 국민은 감사할 것이다. 여름철을 맞아 경기가 마침내 회복된 데 대해서도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월스트리트를 규제하는 정책 때문에 국민은 우리 편이 될 것이다.”
당초부터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일종의 국민 불복종 운동인 티파티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헬스케어개혁 반대를 이슈로 내세운 스캇 브라운이 진보세력의 본거지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등.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건 내러티브가 이것이었다. 이 전략은 그러나 실패로 돌아갔다.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여름과 함께 경기회복을 맞는다는 민주당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헬스케어개혁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여론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지지율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그것도 사상 최대의 차이로. 동시에 일부 관측통들은 벌써부터 중간선거 이후의 워싱턴 기상도를 점치기에 바쁠 지경이다.
무엇이 이 같은 반전을 불러왔나. 그토록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가운데 출범한 민주당 정권이 왜 이처럼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인가. 분명히 경제가 한 원인이다. ‘거대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날로 그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보다 근본적 문제가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중간선거란 어차피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 다섯 명 중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을 회교도로 보고 있다. 24%의 미국인은 오바마가 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선거 유세전 때부터 나돌던 소리였다. 이 황당한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그렇지만 극소수였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이 된지 2년이 지난 현재 그 소리를 믿는 사람은 오히려 늘고 있다.
오바마 지지율은 동시에 계속 떨어져 4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리고 백인 유권자의 72%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은 다시 2개의 나라가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바마는 미국인도, 크리스천도 아니라는 거다. 오바마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황당한 소리에 점차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일까.
“오바마의 꿈은 무엇인가. 그의 꿈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일찍이 꾸었던 꿈이 아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에 의해 명명된 ‘미국적 예외주의’도 그의 꿈이 아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꿈도 오바마의 꿈은 아니다.”
오바마의 꿈을 디네쉬 드소아즈란 한 논객은 그의 아버지가 꾸었던 꿈으로 정의했다. 케냐 루오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아버지 버락 오바마 시니어의 꿈, 다시 말해 반(反)식민주의의 실현이 오바마의 꿈이라는 것이다.
오바마의 자서전을 파헤친 결과 내려진 결론으로, ‘신식민주의’란 프리즘을 통해 볼 때 오바마의 국내외 정책과 언행은 보다 명료히 이해될 수 있다는 것으로,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건립문제에 대한 그의 발언도 그 범주에서 파악했다.
박해받고 있는 기독교도에 대한 발언은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슬람에 대해서는 항상 포용적 자세다.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건립문제를 둘러싼 오바마의 발언도 그 연장이라는 것이다.
신식민주의란 관점에서 볼 때 미국, 부유층, 기독교 등은 가해자다. 제3세계, 가난한 사람, 이슬람 등은 피해자다. 그런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건립이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둔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편향된 비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데서 불신을 받고 있고, 또 그 원인 제공자는 바로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라는 점에서다.
적지 않은 논객들은 그래서 오바마의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관련 발언을 ‘정치적 치명상’으로 간주한다. 돌아오지 못할 선을 넘어선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부연하면 이렇다. 오바마는 하버드의 지성으로 감싼, 실제에 있어서는 신식민주의 신봉자다. 그런 그의 신념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 반대 의견을 보이는 사람을 그는 편견에 가득 찬 사람이거나, 비지성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다. 오만에 가까운 확신이 그의 정치적 입지를 뒤늦게 근본에서부터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In God We Trust’-미국의 화폐에 새겨진 문구다. 이 문구를 오바마 추종자들은 ‘In Obama We Trust’로 바꾸어 내걸었었다. 왠지 이 일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한 때 신(神)처럼 떠받들어 지던 오바마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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