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2010년 시즌이 빠르게 저물고 있다. 8일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조에서 선두 샌디에고 파드레스에게 11게임차로 뒤져 있는 다저스에겐 더 이상 플레이오프 진출의 미련을 두기 어렵다. 산술적으로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론 이미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상태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다저스처럼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가 맥없이 포스트시즌 희망이 사라진 팀의 팬들이 실망감과 아쉬움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 다저스의 경우는 팬들에게 또 다른 감정이 남아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다저스를 이끌어가야 할 구단주가 오히려 팀의 발목을 잡은 것에 대한 허탈함과 배신감이다. 프랭크와 제이미 맥코트 부부가 서로 다저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싸우고 있는 진흙탕 싸움이 다저스의 시즌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맥코트 부부의 이전투구 싸움은 셀레브리티들의 이혼뉴스에 무감각할 정도로 익숙한 LA에서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로 자신이 다저스 주인이라고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주 관심사가 다저스가 아니라 ‘돈’에 쏠려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부간 갈등의 상세한 내막이야 제3자가 알 수도 없고, 사실 알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모든 LA 팬들의 팀인 다저스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이혼소송의 와중에 공개된 사실들은 보면 ‘충격’이라는 표현을 써도 무리가 아니다. 다저스의 단독 소유를 주장하고 있는 프랭크와 부부 공동 소유를 주장하는 제이미는 각각 초특급 변호사 6명과 5명으로 구성된 초호화 변호팀을 구축했고 변호사 비용은 무려 2,000만달러를 넘어서 캘리포니아 사상 최고액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양측 변호팀이 법정에 제출한 서류도 엄청나서 한 변호사의 말을 빌리면 ‘숲 하나를 찍어 없앴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이들 서류를 통해 나타난 맥코트 부부의 생활상을 보면 이들이 다저스를 마치 자신들의 개인 금고처럼 생각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다저스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부부의 아들 2명에게 매년 60만달러를 줬고 개인 경호원들을 고용하기 위해 매년 80만달러를 썼는가 하면 제이미는 자신의 전속 미용사가 매주 5일씩 자기 머리를 손질하게 하고 매년 15만달러씩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이들 부부는 온갖 합법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다저스를 사들인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가주와 연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았느냐는 것은 사실 일반인들이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행동이 필연적으로 다저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구단주 부부가 서로 헐뜯고 싸우는데 정신이 팔려있는데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한 것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자신의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전액 빌린 돈으로 다저스를 사들인 프랭크는 현재 부채규모가 4억3,300만달러에 달해 금융기관에서도 더 이상 다저스에게 융자를 해주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이에 따라 구단 운영비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을 맞게 되니 다저스가 팀 향상을 위한 투자에 인색했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즌 내내 전력 향상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선수 영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얼마 전 매니 라미레스를 방출한 것도 ‘비용 절감’이 최우선 목표였다.
맥코트 부부의 소송은 이혼을 앞둔 부부가 벌이는 자녀 양육권 소송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그 ‘자녀’가 다저스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보면 이들 부부는 자녀인 다저스의 ‘복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서로 상대방을 꺾고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겠다는 일념에 사로 잡혀 모든 LA 시민들의 자녀인 다저스를 ‘인질’로 잡고 진흙탕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법정으로 넘어간 이 ‘인질극’은 어느 한 쪽이 승리할 경우 상대방의 항소로 이어지며 계속될 가능성이 커 더욱 다저스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김동우 스포츠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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