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캄캄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밝은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마음의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최근에 워싱턴 한국일보 문화센터에서 필자가 시작한 영어 말하기 특강에 나온 한 고령의 제자가 왜 영어를 더 배우겠다는 결심을 했느냐는 설문에 대해 적은 응답이다. 지당한 말이다.
중년 여인이며 직장인인 또 다른 제자는 강의 중에 이런 하소연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식당 직원에게 포크(fork)를 달라고 부탁했는데 글쎄 돼지고기(pork)를 가져오지 뭐에요.” 영어는 절실하게 필요한데 영어로 말하기는 확실히 힘든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로, 충분한 영어 능력을 키우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면 돈을 벌어야 되겠고 자녀들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야 되겠다는 야망 때문에 본인들의 미국생활 필수품인 영어는 부실한 상태에 방치되기 쉬운 것이다. 도미 이전이건 도미 이후이건 영어를 어느 정도 키우는 것이 당연한 순서인 듯 한데 그런 대우를 해주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한국에서 다닌 고등학교와 대학의 영어 교육이 부실한 것이 문제이다. 영어의 쓸모 있는 기본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이다. (도미한지 얼마 안 되는 한 중년의 제자는 영어를 배우려고 미리 1년 동안 서울의 일류 어학원에 다녔지만 미국에 와보니 말이 안 통해서 더 배우러 특강에 나왔다고 나에게 말했다.)
영어를 다소 배우기는 했지만 실지로 영어를 듣고 말하는 능력이 태부족인 동포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교회의 무료 영어 강의에서 커뮤니티 칼리지의 영어 코스에 이르는 여러 가지 기회가 제공되고 있지만, 그것을 잘 이용하여 실력을 키운 성인들이 그리 많지 못한 실정이다.
셋째, 가르치면서 제자들의 반응을 보면, 자기들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엿보였다. 중요한 2중모음들의 발음이나 말의 억양이 잘못 되어 있으면, 의사소통이 힘들게 마련인데 마치 자기가 말한 것을 상대가 못 알아 듣는 것이 이상하다는 식의 착각에 빠져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통폐인 적당주의 때문에 자기가 확실히 아는 것과 자기가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겸허한 자세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영어가 뜻대로 안 된다는 고민 때문에 일종의 허탈감을 나타내기까지 한다.
그러면, 대책이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필자가 영어 특강을 시작한 이유는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첫째, 영어에 대한 공포를 덜어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문법이다, 어휘다 하여 학생들에게 너무 많이 가르치다보니 중압감이 늘게 마련이다. 완벽한 발음과 억양이나 풍부한 어휘를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수적인 기본 요소들만 우선 확실하게 가르치자는 것이다. 둘째, 뜻을 분명히 아는 쉬운 말들을 연결하여 간단한 말들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셋째, 이러한 기본기 교육이 성과를 거두려면 교사가 우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되고, 학급당 학생 수가 극소수(많아야 3명)로 제한되어야 될 것이다.
필자가 고안한 이러한 방법으로 8월에 1기생들을 가르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한 제자는 강좌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직장에서 고객들과 대화를 했더니 “굿 잉글리시”라고 칭찬하더라고 자랑했다. 1기 강좌가 끝났을 때 이 제자는 “이제는 영어하는데 겁이 없어졌어요”라고 장담했다.
영어 뿐 아니라 외국어를 하루아침에 다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여러 달, 여러 해를 배워도 쓸모없는 것이라면, 일이 대단히 잘못 된 것이다. 첫 단계부터 배운 것은 완전히 소화하고 80%는 실지로 사용할 수 있게 철저히 가르친다면, 그것을 기초로 그 위에 단계적으로 세련된 영어 구사력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초기 단계부터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자는 뜻에서, 이러한 학습법을 “Less Is More” English 라고 명명하고 싶다.
문의: 301 437-1023
진철수
한국일보 문화센터 영어 특강 담당자
전 AP통신사 서울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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