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 서 실크로드가 만났던 교통의 요지
시내도로엔 자동차와 당나귀 함께 다녀
부르카로 얼굴 완전히 가린 여성들 이채
<13> 카시가(Kashgar)
인구 40만 90%가 위구르이고, 나머지 10%가 한족을 위시한 다른 소수민족이 산다는 독특한 인종분포를 가진 카시가는 타글리마칸 사막 끝 서쪽에 있다.
중국 내에서도 가장 많은 이슬람의 후예들이 선조들의 유산과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대대로 살아가고 있어 마치 페르시아의 어떤 나라를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천산북로, 천산남로, 그리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동 실크로드’가 합쳐지는 오아시스 동네일뿐더러 ‘서 실크로드’로 떠나는 출발지이자 ‘동 실크로드’의 도착지이기도 한 교역의 중심 도시인 이 곳에는 터키의 이스탄불보다 규모는 작지만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즈기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가는 국제 버스 정류장이 있어 옛 오아시스의 명성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다.
카시가(Kashgar)는 일명 카시(Kashi)라고도 부르며 위구르 말로 ‘백옥이 나는 곳’(white jade place)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카시가를 방문하지 않았으면 신강성을 갔다’라고 말하지 말라” 말이 있을 만큼 위구르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카시가이다.
시내를 다니는 택시는 초록색, 시외를 갈 수 있는 택시는 청색으로 구별되어 있지만, 아직도 길에는 자동차와 당나귀가 함께 다닌다.
포도, 복숭아, 살구, 석류, 그리고 배를 재배하는 등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목재업 그리고 관광업 순이다.
여자들은 머리에 모자나 수건을 쓰고 남자는 꼭 모자를 쓴다.
이들이 즐겨먹는 빵 종류인 난(Nan)과 삼사(Samsa)라는 양고기를 넣은 만두 내지 샌드위치가 이들의 주식이다. 또 양고기에 홍당무, 쌀, 양배추, 건포도, 기름을 넣고 볶은 피라프(pilaf), 고치구이인 시시카밥(shishikabob), 여러 종류의 국수, 요거트(yogurt) 또한 그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다.
카시가 시내에 있는 미란(Miran)이라는 식당은 값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아주 맛이 있어 이런 음식들을 다 맛볼 수 있다. 또한 일요시장(sunday market)은 주민들의 생필품과 공예품, 가축 등이 거래돼 원근거리에 있는 많은 주민과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하며 볼거리가 많다. 지금은 그랜드 바자가 있어 매일 시장이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요시장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내가 특별히 이 도시를 여행 일정의 한 부분으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wy)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이곳 카시가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 파밀고원(Pamir Plateau)에 있는 쿤자랍 고지(Khunjarab Pass)를 지나 파키스탄(Pakistan)의 수도 이슬라마바드(Islamabad)까지 가는 길이다. 중국 쪽이 494km와 파키스탄 쪽이 806km로 전체 구간이 1,300km로서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현재까지 만든 길 중에 가장 높은 고지에 만든 길이라 한다.
중국의 자본으로 1966년 시공하여 20년에 걸쳐 1986년 완공된 길인데,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이 도로 공사에서 820명의 파키스탄인과 120명의 중국인이 생명을 잃었다니 얼마나 험준한 길인지는 상상이 된다. 1km의 길을 만드는데 한 명 정도의 목숨을 잃을 만큼 난공사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산을 좋아하는 많은 여행객들에게는 ‘환상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하기야 세계에서 가장 높은 100개의 봉우리(peak)가 바로 히말라야 산과 카라코람 산에 있으니 그럴 만하지 않은가? 특히 파키스탄 경계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훈자 계곡(Hunza Valley)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세계의 장수촌’ ‘세계의 유일한 샹그릴라’로 소개되는 훈자라는 동네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그 도시를 가기 위해 사전조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카시가이다. 또 이번 여행에는 카라쿨 호수(Karakul Lake)까지 가는데 바로 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이용하니 어떤 곳인지 볼 수도 있어 일석이조인 것이다.
우리는 호텔에 짐만 던져놓고 다시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먼저 중국에 있는 모스크(Mosque) 중에서 가장 크다는 이다카 모스크(Id Kah Mosque)로 가기 위해 동네 변두리에서 내렸다.
모스크 광장은 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는 길에 위구르 재래 동네시장이 있기 때문에 구경도 겸해서 였다.
껍질만 벗긴 양을 통째로 걸어놓은 푸줏간, 구리로 그릇이나 장식물을 만드는 유기점, 5대째 대대로 위구르 전통악기를 만드는 악기점, 나무를 예쁘게 모양 나게 깎는 목공예집, 여자들은 갈 수 없고 남자들만이 들어간다는 목조건물의 이층집 티하우스, 요람처럼 흔들 수 있는 아기침대만 만드는 가구점, 단도 같은 작은 칼만 파는 칼가게, 모자 안 쓴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는 꼭 필요한 모자가게, 재래식 석류주스 짜는 기계를 놓고 주문을 받아 주스를 짜주는 주스바의 아저씨.
그 모두가 베니스의 상인 뺨칠 바로 실크로드 상인의 후예들이 아닌가?
맞은편에서 얼굴을 온통 천으로 다 가린 아녀자들이 삼삼오오 걸어온다. 낯선 풍경들을 눈에서 떼지 못하며 아다카 모스크로 향했다.
이슬람 문화가 존재하는 카시가에서는 부르카를 쓴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카시가 시내에 위치한 미란이란 전통 음식점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는 종업원들. 이 식당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다양한 전통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전통악기를 판매하는 재래식 시장의 악기점에 걸린 옛 위구르 인들의 음악연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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